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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물고통 33년] '먹는물' 해법은…"이제는 중앙정부가 33년 불신 끊어내야"

③먹는 물은 주민 생명권…학계·연구원·환경단체 전문가 총진단
남광현 선임연구위원 "지방소멸 대응 차원서도 정부가 물 문제에 적극 나서야"
김해동 교수 "국가안보만이 안전 아니라 물 문제도 국민 안전"
신재호 교수 "한강 상류는 비점오염원 철저하게 관리"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처장 "수질 악화 따른 수돗물 안전성 우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위원장 "물이용부담금 당초 취지대로 수질 개선에"

지난 2022년 지속된 가뭄과 폭염 등의 영향으로 인해 낙동강 수계의 녹조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강정고령보 일대를 점령한 녹조. 매일신문 DB.
지난 2022년 지속된 가뭄과 폭염 등의 영향으로 인해 낙동강 수계의 녹조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강정고령보 일대를 점령한 녹조. 매일신문 DB.

낙동강 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대구 시민이 33년간 감내하고 있는 '먹는물' 불신 해결에 이제는 중앙정부가 행동으로 답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깨끗한 물 공급은 국가책무이자 경제 논리로 따질 수 없는 '주민 생명권'에 직결되는 만큼 중앙정부가 물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낙동강 식수 문제와 해법에 대해 학계와 대구정책연구원, 환경운동연합 등 전문가 총진단을 들어봤다.

◆"먹는 물, 국가안보만큼 중요"

전문가들은 깨끗한 물 공급 문제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자 책무라고 제언했다.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먹는 물은 사람에게 대체 불가능한 생명수"라며 "국가 하천인 낙동강을 취수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낙동강 물 문제 해결은 국가의 기본적인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았는데 물 문제는 정주여건과도 직결된다"면서 "지방소멸 대응 측면에서도 주민들의 '맑은 물 마실 권리' 보장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고 부연했다.

또한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이 열악하다 보니 낙동강 수질 문제도 장기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해 지자체에서는 정수장 시설개량사업, 상수도 노후관 개량사업 등에 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는데, 지자체 예산만으로 모두 충당하는 것은 현실적인 한계가 너무나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먹는 물은 공공재인데 관련한 모든 비용을 지자체에 부담시키는 것은 사실상 정부가 지방을 방치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자체는 낙동강 상류 지역 축산폐수, 산업폐수 관리 단속에 더 철저히 나서야 한다"며 "안정적인 물 공급도 중요한 문제인데 지자체에서도 누수 관리, 하수 재이용, 빗물 이용 등을 통해 물 재이용 방안을 확대하고 시민들도 이에 대한 의식을 갖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도 "모든 대통령이 취임 할 때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앞장선다고 선서하지 않았느냐"며 "예컨대 북한의 침략을 방어하고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만이 국가 안보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의 먹는 물 문제 또한 국민 안전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이달 1일 대구 달성군 구지 취수장 임시취수시설 부근 낙동강에 녹조로 보이는 띠가 형성돼 있다. 지난달 27일 낙동강 강정·고령 지점에는 올해 첫 조류경보
이달 1일 대구 달성군 구지 취수장 임시취수시설 부근 낙동강에 녹조로 보이는 띠가 형성돼 있다. 지난달 27일 낙동강 강정·고령 지점에는 올해 첫 조류경보 '관심'단계가 발령된 바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녹조 원수' 낙동강 수질개선 더 철저하게

낙동강 수질 악화와 녹조 증식에 영향을 주는 오염원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관리·단속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재호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는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측정된 BOD(생화학적산소요구량) 수치가 지난 4월 15일 기준 3ppm"이라며 "객관적으로 보면 아직은 나쁜 수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수도권, 호남 등 타 지역과 비교하면 2.5배가량 높은 수치이기 때문에 수질이 좋지 못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 교수는 "수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축산 분뇨, 비료 등 비점오염원인데 서울 한강 상류는 철저히 관리 단속이 되는 한편 낙동강 상류는 그에 비해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BOD가 높을수록 녹조의 먹이가 되는 인과 질소 등 유기물이 많은 것인데, BOD가 높은 강물일수록 녹조 증식 확률도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도 낙동강 수질 악화에 따른 수돗물 안전성이 우려된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지난 2022년 대구, 부산 등 낙동강 물을 상수원으로 하는 지역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미량 검출된 바 있어 수돗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녹조의 대표적인 독성이 마이크로시스틴인데 사람에게 간 질환, 간암 등을 유발할 수도 있고 신경독소가 있어 알츠하이머를 일으킬 수도 있다"면서 "강정고령보는 인근에 공원이 없어서 시민들이 휴식 차 많이 찾지만 녹조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에어로졸 형태로도 존재해 결국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녹조를 마시게 되는 위험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낙동강 물을 먹는 물로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채소, 쌀 재배를 위한 농업용수로도 쓰이기 때문에 깨끗한 생수를 사서 마셔봐야 밥상에는 나쁜 수질에 오염된 먹거리가 올라가는 셈"이라며 "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해 걷고 있는 물이용부담금이 당초 취지대로 수질 개선을 위해 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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