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물타기’와 ‘술타기’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당권 경쟁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직격했다. 한 전 위원장의 '제3자 추천 방식 채 상병 특검법' 제안을 '물타기'로 몰아붙인 것이다. 윤 의원은 "한마디로 저분(한 전 위원장)은 총선 패배 책임에 대한 물타기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라며 "(특검이 추진되면) 분명히 대통령을 공동정범으로 몰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누가 '물타기'를 하는지 범부(凡夫)로서는 분간이 어렵다.

'물타기'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쓴다. 먼저 정계 및 언론계 용법이다. 어떤 문제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다른 곳으로 관심을 유도하는 행위다. 다음은 주식투자 용어다.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평균 매수 단가가 현재의 주가보다 높을 때, 손실을 줄일 목적으로 일정 기간에 계속 매수하는 방법을 뜻한다.

그럼 '술타기'는? (체내에 있는) '술에 술을 탄다'는 의미다. 세간(世間)에선 '음주운전 처벌 회피용'으로 통한다. 교통사고로 음주운전이 들통날 상황이면, 술을 찾아 마셔서 경찰의 음주 측정에 혼선을 주는 꼼수다. 최근 '술타기'를 만천하(滿天下)에 알린 인물은 가수 김호중 씨다. 그는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뒤, 편의점에서 맥주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5월 김 씨를 구속기소하면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만 적용하고 음주운전 혐의는 제외했다. 검찰이 '음주 역추산 결과'만으로 유죄 입증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 김 씨가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是認)했지만, 결국 음주운전 혐의는 벗은 셈이다. 편법과 허술한 법을 비판하는 여론(輿論)이 들끓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호중이 가져다준 교훈'이 널리 퍼졌다. '음주운전에 걸리면 무조건 도주, 음주단속에 걸리면 편의점으로 뛰어 들어가 소주를 마신다.'

다행히 '김호중 방지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두 건이 22대 국회 개원 직후 발의됐다. 둘 다 '술타기' 처벌 규정을 신설한 것이다. 물타기와 술타기는 질료(質料)가 다를 뿐, 본질은 같다. '진실과 사실의 희석(稀釋)'이란 점에서 이 둘은 사람과 사회를 병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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