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 APEC' 숙소 확보 비상…21개국 VIP용 럭셔리 호텔 태부족

5성급 2곳, 4성급 3곳뿐…정부 차원 자금 지원책 절실
경주시 “아직 문제 없다”…리조트·연수원 객실로 충분
노후 숙박시설 개보수 공감…132㎡ 이상 스위트룸 재활용
숙박업 “부담 너무 크다”…일반 객실 3~6개 개조 공사 원상복구 비용 2배 이상

3일 경주 보문관광단지 상공에서 바라본 경주화백컨벤션 센터 모습. 이곳에서 내년 11월
3일 경주 보문관광단지 상공에서 바라본 경주화백컨벤션 센터 모습. 이곳에서 내년 11월 '2025년 제3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가 열린다. 경주시와 경북도는 성공적인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조만간 준비단을 발족하고 손님맞이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경북 경주시가 지난달 27일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로 확정된 이후 참가국 정상과 수행단 등이 묵을 숙소 문제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선 경주에 5성급 호텔이 2곳밖에 되지 않는 점을 들어 우려를 표한다. 반면, 경주시는 관광단지 특성상 5성급 호텔에 준하는 시설을 갖춘 휴양 리조트 시설과 대형 VIP룸을 보유한 기업연수 시설이 여러 곳 있기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5성급 호텔 2곳뿐" vs "호텔급 고급객실 다수 보유"

경주시에 따르면 2023 APEC 정상회의가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핵심 회의장인 모스콘센터를 중심으로 반경 3㎞ 이내 숙박시설이 있었다.

경주엔 주 회의장이 될 화백컨벤션센터 반경 3㎞ 이내에 5성급 호텔과 대규모 리조트 등 103곳, 4천463개 객실이 있다. 이는 2005 부산 APEC 정상회의 기준, 수요 대비 157% 수준이다. 또, 반경 10㎞ 이내엔 1천333곳, 1만3천254개 객실이 있다. 이는 경제사절단과 미디어 관계자 등 수요 대비 280% 수준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려를 표하는 쪽에선 5성급 호텔 부족을 가장 큰 약점으로 꼽는다. 정상회의 기간 중엔 회원국 정상이 한데 모이는 전체회의를 비롯해, 개별 양자·다자 정상회담이 수시로 열린다. 이를 위해 각국 정상의 투숙과 개별 정상회담 개최가 가능한 5성급 호텔은 회의 성공의 핵심 시설이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경주에 있는 5성급 호텔은 힐튼경주와 라한셀렉트호텔(옛 현대호텔) 등 단 2곳뿐이다. 4성급 호텔도 코오롱호텔과 코모도호텔, 더케이호텔 등 3곳에 불과한데다 그밖에 회원제 콘도나 기업연수원 등이 있지만 정상 숙소나 양자‧다자간 정상회담장으로 이용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경주시는 현재 보유한 시설만으로도 정상회의를 치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문관광단지 내 화백컨벤션센터 주위엔 5성급 호텔에 준하는 시설을 갖춘 블루원리조트, 소노벨경주, 한화리조트, 켄싱턴리조트 등이 있고, 외부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황룡원, 교원드림센터, 농협경주연수원, KT연수원 등 수준급 대형 VIP룸을 보유한 연수시설이 있어 정상용 객실로 충분하다는 게 경주시 측 설명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유치 신청 당시 264㎡ 이상 규모 초대형 스위트룸 3곳을 포함해 132㎡ 이상 규모 스위트룸을 활용해 정상용 숙소 배정안을 만들었다"며 "이는 정부의 국제의전 관례, 국가별 동선 등을 감안한 것으로 21개국 정상의 숙박에 문제점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객실 리모델링은 필요

다만 경주시도 일부 정상용 객실을 비롯해 노후 정도에 따라 숙박시설별 전면, 또는 부분 개보수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호텔 업계에 따르면 일반 객실 3~6개를 터서 1개의 로열 스위트 룸으로 만들 경우 수억원의 비용이 든다. 게다가 하루 숙박료가 수백만원에 달해 정상회의가 끝난 뒤에는 활용도가 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빈 방으로 놀릴 가능성이 높은 탓에 정상용으로 개조한 스위트룸을 행사 후 다시 일반 객실로 원상복구를 택할 경우에는 2배의 비용이 발생한다.

게다가 개조 등의 공사기간에는 인접한 층의 객실 사용이 불가능해 업체 측은 'APEC 회원국 정상이 투숙했다'는 홍보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이런 이유로 지역 숙박업계도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가적 행사인 만큼 차질이 없도록 협조를 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선뜻 응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민간영역의 시설 개선 동기를 부여하고 원활한 개보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자금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숙박업계 관계자는 "2005년 부산 APEC 당시 정부의 숙박 리모델링 지원에 대한 미온적 태도로 시설 개선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번 기회에 민간 지원을 넓히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주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국가적 행사임을 내세워 협조요청을 하면 숙박업계에도 당연히 보답 차원에서 뭔가를 해줘야 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경북도와 함께 정부에 관광개발기금 특례나 대형 국제행사에 관한 특별법 등 지원책을 건의하는 한편, 자체 조례 제정을 통해서라도 적극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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