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15명의 사상자(사망 9명)가 발생한 '역주행 교통사고'를 계기로 고령자 운전에 대한 안전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일 서울시청역에서 사고를 낸 68세 운전자는 1974년 면허(免許)를 취득한 시내버스 기사로, 차량 결함(缺陷)에 따른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 당일 술은 마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사고 전날 최소 12시간 이상 장시간 버스 운전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이가 운전 능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한 노인들도 많다. 같은 고령자라도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태는 천차만별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운전을 제한해서 안 된다는 말이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운전 여부는 노인의 이동권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시력, 청력, 반응 속도, 인지능력 등이 감소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계는 당뇨나 고혈압 등 일부 약물이 졸음을 유발하거나 인지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도 한다. 고령화와 맞물려 고령 운전자 수가 점차 늘어나고,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도 덩달아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3만9천614건으로, 전년도(3만3천239건)보다 6천375건이나 늘어났다. 이들이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로, 전년(17.6%)보다 증가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단순히 나이만을 기준으로 운전을 제한하지 않되 주행 능력에 대한 실질적 검증을 강화할 필요성은 제기된다. 나이와 인지능력에 따라 운전할 수 있는 지역이나 차량을 한정해 면허를 재발급하는 외국 사례를 참조할 필요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만 65세 이상 75세 미만 운전자의 경우 운전면허 갱신 주기를 5년으로 하고 교통안전교육을 권장(勸奬)하고 있다. 75세 이상 운전자는 3년 주기로 면허를 갱신하되 인지능력검사와 교통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고령 운전자에 대한 인지능력 또는 주행능력검사를 강화하는 등 실질적인 안전 운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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