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시속으로] 자신의 작품으로 다시 완성한 그림…박세상 작가 개인전

옛 작품 잘라 새 작품으로 재활용
퍼즐처럼 맞춰진 캔버스 조각 ‘감탄’
7월 2~20일 갤러리 모나

갤러리 모나 전시 전경. 이연정 기자
갤러리 모나 전시 전경. 이연정 기자
갤러리 모나 전시 전경. 맨 우측의 자소상은 박세상 작가가 캔버스를 짜고 남은 자투리천을 8년 가량에 걸쳐 모으고 붙여 만들었다. 그냥 쓰레기로 버릴 수 있는 사소한 부분이지만, 환경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에게는 충분히 멋진 재활용의 소재로 쓰인다. 이 자소상은 그의 전시 때마다 함께 하는 아바타다. 이연정 기자
갤러리 모나 전시 전경. 맨 우측의 자소상은 박세상 작가가 캔버스를 짜고 남은 자투리천을 8년 가량에 걸쳐 모으고 붙여 만들었다. 그냥 쓰레기로 버릴 수 있는 사소한 부분이지만, 환경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에게는 충분히 멋진 재활용의 소재로 쓰인다. 이 자소상은 그의 전시 때마다 함께 하는 아바타다. 이연정 기자

그는 1990년대, '박형순'이라는 이름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화가였다.

꽃을 주제로 한 감각적인 구상 작업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30대부터 수많은 개인전과 초대전을 치르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2000년 들어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잘 팔리는 그림만을 그리면 충분히 먹고 살만했지만 그는 그 끝이 결국 자기 안에 갇혀버리는, 자기 복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돈을 다른 데서 벌고 그림은 순수하게 그리자며 모든 활동을 접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세월이 15년. 그는 다시 세상 밖으로 떠오르자는 뜻을 담아 '박세상'으로 이름을 바꾸고 2015년 수성아트피아 초대전을 통해 많은 이들의 환영을 받으며 재기에 성공했다.

소위 가장 잘 나갈 때 모든 것을 내려놓은, 흔치 않은 스토리를 가진 박세상 작가가 6년 만에 대구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다. 갤러리 모나(대구 중구 명덕로 35길 68)에서 열리고 있는 초대전에서는 그의 90년대 작업부터 근작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환경이다. 남해에, 제주에 머물며 작업해온 그에게 자연이란 삶 그 자체였다. 그 소중함을 알기에 그는 무엇보다 환경을 생각하는 작업을 추구한다.

그 중 하나의 방법이 바로 자신의 옛 작품을 재활용하는 것. 그는 "처음에는 망설여졌지만 그림을 위해 새롭게 제품을 구입하는 걸 최소화하자는 생각이 더 컸다. 어쩌면 15년 간 별다른 수입이 없어 물감과 캔버스를 마련하기 쉽지 않았기에 자구책이었을 수도 있다"며 웃었다.

박세상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이연정 기자
박세상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이연정 기자

그는 옛 작품을 길고 얇게 잘라 캔버스에 붙여나간다. 오래전의 색이 남은 조각들은 곧 물감이 되고, 붓질의 흔적처럼 결을 만들어나간다. 실제로 작품을 보면 퍼즐처럼 꼼꼼하게 맞춰진 캔버스 조각들에 감탄이 나온다.

또한 물감을 칠한 뒤 자르거나, 자른 뒤 물감을 여러번 올리거나, 덧댄 물감을 사포로 긁어내 다양한 표현을 시도한다. 예상치 못한 색의 겹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어느 하나 같은 모양의 조각이 없어요. 잘게 잘라, 되도록 작업을 어렵게 만듭니다. 작업에는 어느 정도 시간을 담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이자 수행과도 같지만 제가 자연을 괴롭힌 것들을 사죄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셈이죠."

그의 작품에는 집 모양의 '하늘창고'가 등장한다. 그의 절실한 바람이자 로망인 작업실을 작품 속에 나타낸 것. 하늘창고는 자연과 동화된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그의 의도를 담아, 배경에서 잘 드러나지 않게 표현돼있다.

전시장 한 켠에 매달린 150마리의 나무 물고기들도 눈길을 끈다. 이 역시 가구를 만들고 남은 나무 자투리로 만든 것들.

그는 "잘 때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는 항상 깨어있음과 함께 자유로움을 상징한다"며 "오랜 시간 잠수해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 나의 모습과도 참 닮아보인다"고 말했다.

과거와 현재의 작가가 공존하는 그의 작품은 오는 20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박세상 작.
박세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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