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찰 "서울 역주행 차량, 스키드마크 없어…호텔 나오자마자 가속"

2일 오전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 인도에 사고 여파로 파편이 흩어져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 인도에 사고 여파로 파편이 흩어져 있다. 연합뉴스

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 현장에서 가해 차량의 스키드마크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스키드마크는 차량이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 도로 표면에 생기는 타이어의 흔적을 말하는데, 급발진 여부를 뒷받침할 수 있는 단서로 꼽힌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나 '스키드마크가 발견된 게 없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스키드마크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가해 차량 운전자인 A(68) 씨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거나 약하게 밟아 급제동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마지막 정차 시점에서 브레이크가 작동해 차량이 스스로 멈춘 것을 고려하면, 브레이크에 결함이 있었을 확률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즉 A씨가 정차하기 전 역주행으로 돌진하던 구간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고, 급발진도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스키드마크가 급발진 단서가 아니냐는 부분은 맞는 얘기"라면서도 "어떤 방향성을 갖고 수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고기록장치(EDR),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통해 객관적인 사실관계와 실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A씨가 운전한 차량은 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로 진입하기 직전 속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우 서울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사고 차량이 호텔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나와 약간의 턱이 있는 출입구 쪽에서부터 가속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만 최고 속도가 어느 정도였냐는 질문에는 "수사 중이라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주요 참고인 조사를 시작하는 동시에 물증을 확보하는 등 사고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해 차량인 제네시스 G80과 피해 차량인 BMW, 소나타의 블랙박스 영상 등을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내 정밀 감식·감정을 의뢰했다. 또 G80의 액셀과 브레이크 작동 상황이 저장된 EDR 자료도 정밀 분석을 위해 국과수에 보냈다.

국과수 정밀 분석은 통상 1~2개월이 소요되지만, 이번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분석 기간이 단축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경찰은 이날 오전 가해 운전자 A씨가 입원한 병원을 찾았으나 아직 상태가 좋지 않아 정시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몸 상태가 호전되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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