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 vs "지역에 의사 남아있으려 할지…"

[의·정갈등 주요 쟁점, 정부vs의료계] 2. 지역의료 강화
정부 "권역별 의료 네트워크 강화·지역인재 전형 확대로 지역에 의사 머무르게"
의료계 "과감한 의료전달체계 강화와 충분한 보상체계 없이는 쉽지 않을 것"

울릉군에서 발생한 응급환 자를 울릉군 보건의료원은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 승선시켜 포항으로 후송 중이다. 선사 측은 여객선 내에서 응급환자를 매점 앞 승객들이 사용하는 통로에 눕혀 후송 시키고 있다. 독자제공
울릉군에서 발생한 응급환 자를 울릉군 보건의료원은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 승선시켜 포항으로 후송 중이다. 선사 측은 여객선 내에서 응급환자를 매점 앞 승객들이 사용하는 통로에 눕혀 후송 시키고 있다. 독자제공

정부가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내 놓은 방안은 '의료 전달체계 강화를 통한 지역 의료 네트워크 강화'와 '지역 인재 확보'라는 두 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각 지역 국립대병원이 권역 필수의료 중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상급종합병원이 대부분인 국립대병원은 중증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총인건비나 정원에 대한 규제 완화와 기부금품 모집 허용 등 규제도 풀어 줄 계획이다. 또 필수의료 분야 중심으로 교수 정원을 대폭 늘려 병원 자체의 역량을 강화하고 권역 책임기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인력을 강화한다.

지역의 중증·응급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권역을 나눠 거점병원을 정한 뒤 해당 권역의 병·의원 간 진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권역별로 3년간 최대 500억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지역에 의료 인력을 유치시키는 방안으로 정부는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 전형을 강화하는 방안과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제안했다.

현행 비수도권 의대 정원의 40% 이상을 지역 학생 선발로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 비중을 더 늘리겠다는 방안이다. 이번에 늘어난 의대 정원을 지역인재 전형에 쓰는 방안 또한 고려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역 국립대에는 지역 의료 교육과정을 늘리고 지역의료에 대한 수련 또한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추진하고 있다. 학생과 대학, 지방자치단체가 계약 관계를 통해 학생이 일정기간 지역에 근무하는 것을 전제로 장학금을 지원받고, 정주 여건을 지원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기존 의사들에 대해 충분한 수입과 정주 여건을 보장받는 걸 조건으로 지역 필수의료기관과 장기근속 계약을 맺는 방법도 논의되고 있다.

이 밖에도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맞춤형 지역수가 도입 또는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 등도 검토되고 있다.

청송 보건의료원에서 당직 의사가 환자와 영상통화를 하며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응급의료 취약지로 지정된 전국 98개 시·군·구에서는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응급의료 취약지는 지역응급의료센터로 30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하거나, 권역응급의료센터로 1시간 이내 도달 불가능한곳을 말한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청송 보건의료원에서 당직 의사가 환자와 영상통화를 하며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응급의료 취약지로 지정된 전국 98개 시·군·구에서는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응급의료 취약지는 지역응급의료센터로 30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하거나, 권역응급의료센터로 1시간 이내 도달 불가능한곳을 말한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에 대해 의료계는 지역의료 공백의 가장 큰 문제는 지역의 환자 조차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을 선호한다는 사실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라고 지적한다.

상급종합병원이 수익 등의 문제로 의원급 진료까지 함께 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증은 의원에서, 중증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하는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면 지역의료 살리기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대구 시내 한 개원의는 "소위 '의료취약지역'이라고 말하는 곳이 생기는 이유는 결국 수요의 문제인데 정부의 정책안에서는 수도권 병원으로 가는 이 수요를 지역에 잡아둘 대책이 없다"며 "교통수단만 있으면 의료기관으로서의 접근이 너무나도 쉬운 한국의 실정에서 지역의료 공백 해결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인재 확보 방안에서 의료계가 가장 크게 문제삼는 항목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도다. 현재 공중보건장학제도를 통해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도의 한 형태가 이전부터 시행 중인데 의대생들에게 크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문의 및 간호사 면허 취득 후 지역거점공공병원에서 2~5년간 근무할 것을 전제로 장학금을 지원하는 제도인데 지난 5년간 이 제도를 신청한 학생이 5년간 전체 정원 100명 중 52명에 불과할 정도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 제도를 신청한 뒤 전공의가 된 한 학생은 "의료의 능력을 인정받는 잣대 중 하나가 결국 얼마나 많은 질병들을 다뤄보느냐인데, 의료취약지역 등으로 가게 되면 결국 다룰 수 있는 질병은 한정적"이라며 "가장 두려운 게 실력을 더 쌓지 못하고 도태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구 시내 개원의는 "지역에 남아있다는 이유로 충분한 보상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장학금을 위해 미래의 기회를 포기하는 학생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일단 충분한 보상에 대한 전제 조건을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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