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로 2024] "저 손동작 뭐야" 튀르키예 세리머니 獨 발끈

튀르키예 데미랄, 극우 단체 상징 세리머니로 논란
본인도 정체성 내세워 세리머니 시인해 갈등 커져
잉글랜드 벨링엄의 세리머니는 논란 잦아들 전망

튀르키예의 메리흐 데미랄이 3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유로 2024 오스트리아와의 16강전에 출전해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뒤 극우주의 단체
튀르키예의 메리흐 데미랄이 3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유로 2024 오스트리아와의 16강전에 출전해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뒤 극우주의 단체 '회색 늑대'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8강이 가려지는 등 대회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선수들이 돌발 행위를 일삼아 논란이 일고 있다.

튀르키예를 8강으로 이끈 주역 메리흐 데미랄(알아흘리)는 정치적 세리머니를 한 것이 문제가 돼 유럽축구연맹(UEFA)의 조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대회 출전 정지를 넘어 자칫 선수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튀르키예 센터백 데미랄은 3일 오스트리아와의 유로 2024 16강 경기에서 2골을 터뜨리며 팀의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대회에서 튀르키예는 끈끈한 조직력으로 돌풍을 일으킨 오스트리아를 잠재웠고, 데미랄이 그 선봉에 섰다.

튀르키예의 메리흐 데미랄이 3일 독일 라이프치히의 유로 2024 오스트리아와의 16강전에 출전해 헤더로 골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튀르키예의 메리흐 데미랄이 3일 독일 라이프치히의 유로 2024 오스트리아와의 16강전에 출전해 헤더로 골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경기 후 데미랄이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벌인 자축 세리머니가 논란을 빚었다. 엄지와 약지, 중지를 모은 뒤 나머지 두 손가락은 곧게 펴는 '늑대 경례'를 했다. 이는 튀르키예의 우익 극단주의 단체 '그레이 울브스(회색 늑대)'의 인사법으로 통한다.

독일에선 이 단체가 우익 극단주의로 분류돼 감시 대상.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에선 이 세리머니는 금지돼 있을 뿐 아니라 유럽 연합(EU), 미국에서도 이곳을 극단주의 단체로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잉글랜드의 주드 벨링엄. 연합뉴스
잉글랜드의 주드 벨링엄. 연합뉴스

문제가 더 커진 건 데미랄이 혐의를 부인하지 않아서다. 그는 경기 후 "튀르키예의 정체성과 관련된 세리머니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걸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해서 기쁘다"며 "관중석에서도 그렇게 하는 걸 보고 더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는 외교 갈등으로도 번졌다.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이 유로 2024를 인종주의의 장으로 삼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하자 튀르키예 정부가 독일대사를 초치, 항의했다. 일이 커지자 UEFA는 데미랄의 행위를 조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일단 데미랄이 네덜란드와의 8강전엔 출전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잉글랜드의 주드 벨링엄이 1일 독일 겔젠키르헨에서 열린 유로 2024 슬로바키아와의 16강전에 출전해 바이시클킥으로 득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잉글랜드의 주드 벨링엄이 1일 독일 겔젠키르헨에서 열린 유로 2024 슬로바키아와의 16강전에 출전해 바이시클킥으로 득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잉글랜드의 젊은 에이스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도 세리머니로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1일 슬로바키아와의 16강전에서 동점골을 넣은 뒤 상대 벤치를 향해 가랑이를 잡는 시늉을 했다. 벨링엄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농담이라 했고, 슬로바키아도 시비를 삼지 않기로 했지만 UEFA의 조사는 시작됐다.

일부에선 그가 스위스와의 8강전에 나서지 못하는 게 아니냐고도 했으나 벌금에 그칠 전망이다. 데미랄의 상황과 다른 건 축구계에서 경기 내에 정치적인 세리머니나 행동이 금지돼 있어서다. 데미랄이 높은 수위의 징계를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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