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광주지검은 악랄한 추심(推尋)으로 채무자를 숨지게 한 50대 고리대금업자를 구속 기소했다. 무등록 대부업체를 6년간 운영하며 19명에게 약 6억원을 빌려주었는데, 한 40대 여성에겐 원금 6천만원을 빌려준 뒤 제때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장까지 찾아가 '일을 못 하게 해 주겠다' '죽어 버려라'며 넉 달 넘게 괴롭혀 결국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했다. 조사 결과 피해자가 2년간 갚은 돈은 9천만원으로, 원금보다 훨씬 많았다.
채무 사실을 제3자에게 알리거나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을 상대로 한 범죄는 갈수록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2022년 2분기 말 0.50%에서 올해 1분기 말 1.52%로 급상승했다. 특히 자영업자 중 다중(多重) 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인 취약차주(脆弱借主)의 연체율은 무려 10.21%에 달했다. 저축은행마저 저신용자 대출을 걸어 잠그고 있어 초고금리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일부터 불법 채권 추심을 당했거나 법정 최고 금리(20%)를 넘는 대출을 받은 피해자의 관계인에게도 무료 법률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채무 당사자만 지원 대상이었는데, 최대 5명 관계인까지로 확대한다. 오는 10월 17일부터는 개인 채무자에 대한 방문, 전화 등으로 연락하는 추심 횟수도 7일 7회로 제한된다. 금융위원회 설문 조사에 따르면, 무료 법률 서비스 이용자의 약 80%가 불법 추심을 경험했고, 유형으로는 '가족·지인 등 제3자에게 알리는 행위'가 가장 많았다.
지난달 30일 정부와 국민의힘은 상습 불법 대출·추심자에 대해선 구속을 원칙으로 하고, 조직 총책(總責)은 법정 최고형 구형을 추진하며, 성 착취(搾取)나 지인 추심 등 반사회적 불법 대부(貸付) 계약의 무효화 소송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서둘러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극단으로 내모는 불법 사금융 범죄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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