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조선 후기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정자가 보물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포항 용계정'과 '포항 분옥정'을 각각 보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포항 용계정은 정면 5칸, 측면 2칸 규모의 건물이다.
여강이씨 향단파가 모여 사는 덕동마을에 있는 이 건물은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도록 누마루(다락처럼 높게 만든 마루를 뜻함)를 둔 점이 특징이다.
용계정은 창건 이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유산으로 평가받는다.
1696년 건물을 지었을 당시에는 여강이씨 문중의 수양 공간으로서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였으나 이후 증축을 거쳐 명칭을 '연연루'로 바꾸기도 했다.
'사의당사실기'(四宜堂事實記) 등은 1779년 용계정 뒤편에 세덕사를 건립하면서 '연연루'라는 현판을 단 것으로 전한다. 세덕사는 서원의 사당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용계정은 세덕사의 문루(門樓·아래에는 출입하는 문을 내고 위에는 누를 지은 건물) 역할을 해왔다.
고종(재위 1863∼1907) 대에 서원 철폐령이 내려졌을 당시 주변에 담장을 쌓고 옛 현판을 달아 화를 면했다고 한다.
용계정은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물로 잘 알려져 있다. 주변을 둘러싼 덕동숲은 지난 2011년 명승(명칭은 '포항 용계정과 덕동숲')으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시대 흐름 속에 문중의 수양을 위한 공간에서 종합적인 용도로 건축적 공간이 확대돼 왔다"며 "조선 후기 누정 건축물이 변화하는 특징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함께 보물로 지정 예고된 포항 분옥정은 숙종(재위 1674∼1720) 대에 활동한 유학자인 돈옹(遯翁) 김계영(1660∼1729)을 기리기 위해 1820년 지은 정자다.
용계천 계곡과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며 빼어난 경관을 자랑해 '구슬을 뿜어내는 듯한 폭포가 보이는 정자'라는 이름이 붙었다.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를 비롯한 여러 명사가 남긴 현판, '화수정기'(花樹亭記)와 '돈옹정기'(遯翁亭記) 등의 문헌에 분옥정 관련 기록이 남아 있다.
분옥정은 '丁'자 형으로 지어졌으나 계곡을 조망할 수 있도록 윗부분에 누마루를 두고 아래에 온돌방을 배치한 점이 독특하다.
국가유산청은 "건물이 자리 잡고 있는 일대 산세와 수세가 뛰어날 뿐 아니라 전통 경관에 어울리는 미적 가치를 잘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국가유산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들은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 지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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