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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행정통합 전문가 좌담회]<끝>"대도시 쏠림, 좋은 행정으로 막자…청사 입지로 주객전도 안 돼"

매일신문 창간78주년 기념 '대구경북 행정통합' 전문가 좌담회

2일 대구 중구 매일신문사 회의실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전문가 좌담회가진행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일 대구 중구 매일신문사 회의실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전문가 좌담회가진행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통합에 따른 부작용과 대책은?

-사회 = 통합 이후 지역 내 대도시 쏠림, 기초단체 간 빈익빈부익부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대책은?

▷박 이사장 = 통합 이후에도 기존 시군이 남아 있을 거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소멸할 수도, 통폐합할 수도). 적절한 도시계획을 세워 행정적으로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경기도가 북부사무소를 뒀듯, 통합 대구경북 본청에 부시장 2명을 두고 북부·남부사무소에 각각 부시장을 둬 총 4명의 부시장을 운영해도 된다. 낙후 지역이나 대구경북 중심에 통합 광역청사를 두고 다른 지역에 사무소를 둘 수도 있다. 어차피 통합하면 공무원 근무 분배를 모두 새로 해야 한다.

통합의 과실을 가장 많이 얻는 게 기업이다. 경제 인프라를 만들고 기업이 균형발전을 이끌도록 유도하자.

하혜수 경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하혜수 경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하 교수 = 4년 전 공론화 때도'통합 부작용'이 핫이슈였다. 경북은 기껏 옮긴 도청이 사라질까 봐, 대구 달서구는 시청 신청사가 물거품이 될까 봐 그랬다. 그때 제가 "광역단체 청사를 2곳 두자"고 제안했더니 시도민 수용도가 꽤 높았다.

통합 결과 경북의 기초단체를 지원하던 광역단체가 사라지면서 행정적 소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본 도쿄도 경우 도지사가 산하 자치구의 광역 도로·경제 등을 집행한다. 자치구는 각지 생활환경 관련 자치권을 갖고 집행한다. 우리도 통합 대구경북이 기존 대구 9개 구·군에 대해서는 광역 기능을 수행하고, 경북 22개 시·군에 대해서는 지금 경북도가 수행하는 것처럼 하면 된다.

▷최 연구위원 = 이미 경북 남부권 인구가 훨씬 더 많은 데다, 북부권의 목소리도 도정에 많이 반영되고 있다. 주민들 불안감은 이해하나 특별법을 잘 만들면 된다.

낙후한 곳에 청사를 두자는 의견은 시도민을 두루 설득하기에 좋지 않다. 청사 이전 논의를 하다간 통합을 성사하지 못할 수 있다.

대신 지역 출자출연기관을 낙후 지역이나 인구소멸지역에 옮기는 방안을 특별법에 담아야 한다. 상생발전기금을 설치해 낙후지역 지원책과 발전·경제거점화 계획도 세우자.

'빈익빈 부익부'를 우려하는 분들께는 "통합 없이 현 상황을 그대로 이어가도 좋겠나" 여쭙고 싶다. 통합은 장밋빛 희망이자 몸부림이다. 중앙정부의 뒷받침에 힘입어 '같이 성장하자'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다.

최철영(대구대학교 법학부 교수) 경상북도 지방시대위원회 위원.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최철영(대구대학교 법학부 교수) 경상북도 지방시대위원회 위원.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최 위원 = TK 행정통합 자체가 대한민국의 빈익빈 부익부를 개선하자고 하는 건데 이 때문에 다시 쏠림이 생기면 통합의 의미가 없다. TK 행정통합도 대구경북 전체 균형발전을 최우선 목표로 해야 한다. 청사 본청 소재지가 통합의 결정적 화두가 되거나, 이 때문에 통합의 본말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

균형발전 방책에 광역청사 입지만 있는 건 아니다. 앞서 논의한 다양한 특례의 적용 지역을 어디로 하느냐도 한 방편이 된다. 경북 북부권이나 낙후지역의 발전을 특례로 담보해야 한다.

외국에는 행정수도·경제수도 등 여러 개의 수도를 두는 곳이 있다. 통합 대구경북도 낙후지역에 행정만을 위한 도시를 만들어서 부시장이 근무하는 청사를 설치하고, 역사와 문화, 관광, 지역 정체성을 상징하는 제2 중심도시를 만들어 특성화하는 게 해법일 수 있다.

◆"'통합 필요성' 스토리텔링 필요…통합은 지역소멸 막아 볼 신약"

-사회 =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 중앙·지방정부와 시도민에게 바라는 점?

▷하 교수 = 지역민 모두를 설득하려면 통합 명분에 대해 마음을 움직일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현재 대구시장, 경북도지사는 주민투표로 통합 의견을 모으는 대신 주민 대표인 지방의회 의결에 부쳐 통합을 확정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주민이 적극 지지하지 않는데 국회의원이 통합 관련 특별법을 마음껏 제정할 수 있겠는가.

세계에서도 유례 없는 최초의 종합기능 광역단체 간 통합이다.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통합이다. 오랜 역사 속 중앙집권 국가 속에서 연방제에 준하는 자치분권을 시도하고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일에 윤석열 대통령도 힘을 싣고 있다.

이런 의미를 강조해 지지를 이끌어내야 통합을 순탄하게 이끌 수 있다.

현재 인구 10만명 미만 소멸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인구 20만명 기초단체도 위기다. 30만, 40만명 지역도 소멸 직전까지 간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지역의 작은 것을 잃지 않으려고 탐내다가 지역 전체가 죽어서야 되겠나.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키우고 지역 발전의 지렛대를 확보할 때다.

중앙정부의 적극적 의지에 힘입어 지역 생존의 대열에 뛰어들어 보자. 그런 큰 그림으로 우리 지역을 지속 가능하게 살릴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할 때다.

최재원 대구정책연구원 경제산업연구위원.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최재원 대구정책연구원 경제산업연구위원.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최 연구위원 = '변하지 않음에 대한 두려움'이 필요한 때다. 또한 대구시와 경북도가 각각 준비하는 통합 방안이 무엇인지 세밀하고 냉정하게 살펴볼 때다. 각 방안이 우리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지, 부족하다면 무엇을 더 추가할 것인지 논의하는 장을 활발히 만들고 또 의견을 받아들일 자세가 필요하다.

정확한 내용을 모른 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느라 오해가 오해를 키우고, 나중에는 나온 적도 없는 이야기를 비판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언론도 지역민도, 이를 설명하고 홍보할 분들도 냉정하고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했으면 한다.

▷최 위원 = 4년 전 통합 대구경북의 인구목표가 510만 명이었다. 4년 새 17만 명이나 줄어 492만 명이 됐다. 이런 가운데도 통합과 변화에 소극적이거나 점잖은 태도를 유지하는 분들이 있다.

그 사이 두 지역 인구는 450만 명 아래로 떨어지고, 점차 소멸로 다가갈 것이다. 지역을 이끌어야 할 청년 세대들은 더 나쁜 환경에서 지역에 살기 싫어 또 떠나고, 소멸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그게 지금까지의 실제 추세다.

목숨이 걸렸다면 뭐라도 해봐야 한다. 행정통합이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으나, 적어도 그간의 100여 개 처방으로 못 고치던 것을 새롭게 고쳐 볼 '신약'이라 믿고 시도해 보자. 그런 측면에서 행정통합이라는 큰 틀 속에 담을 더 많은 의견과 콘텐츠를 (지역민과 각 지자체가) 채워주셔야 한다.

대구경북이 갖고 있던 정체성으로서의 진취적 사고를 이번에도 다시 한번 적극 활용해 보자.

박승주(전 여성가족부 차관) 세종로국정포럼 이사장.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박승주(전 여성가족부 차관) 세종로국정포럼 이사장.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박 이사장 =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이 이후 타 지역 통합의 교과서가 될 것이다. 그런 만큼 파급효과를 고려해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다양한 것을 담아야 한다.

주민 마음을 움직일 스토리텔링의 주 타깃은 졸업하면 이곳을 떠날 지도 모를 대학생들이다. 이들을 설득할 내용이 필요하다. '특별법에 무엇을 담을 것이냐'를 두고 대학교에서, 어르신들과, 각계각층과 토론회를 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행정기관 분위기도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일하게끔 바꿔야 한다. 그래야 기업도 신이 나서 투자한다.

과거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했더니 정작 많은 울산 기업들이 경주로 이전했다. 당시 울산시는 대기업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중소기업 투자유치 필요성을 못 느꼈다. 반대로 경주시는 땅값도 싸고 기업 유치에도 적극적이었다. 이런 상황을 재현해 발전의 분위기를 만들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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