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4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710조7천억여원으로 집계됐다. 7월 들어서만 나흘 새 약 2조2천억원가량 늘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만 1조9천억원이 넘는다. 이런 속도라면 월 단위로 기록적 증가세를 보였던 지난달 5조3천억여원, 2021년 7월 6조2천억여원 신규 대출을 넘어설 기세다. 한때 잠잠했던 빚내서 집 사기와 주식 투자하기가 다시 들썩이고 있어서다. 기준금리 인하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통화정책 완화(緩和) 기대 움직임도 커진다. 여기에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總負債元利金償還比率·DSR) 실행을 늦춘 것과 정책자금 대출 증가 등도 가계대출 급증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첫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前週) 대비 0.20% 올랐다. 2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비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어 있지만 서울은 주택 매수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지난 2∼3일 게임업체 '시프트업'의 공모주 청약에 18조5천억원이 넘는 증거금(證據金)이 몰렸는데, 상당액이 신용대출로 조달됐다. 사상 최고 기록을 계속 갈아치우는 미국 증시 투자 열기도 엄청나다. 주식 매입을 위해 증권사에서 신용대출을 받는 신용융자(融資)는 이달 4일까지 20조원을 넘겼다.
특히 일관성 없는 정책이 가계대출 급증을 불러왔다. 당국이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7월에서 9월로 연기하면서 시장(市場)에 어긋난 신호를 주었다. 2단계 제도는 DSR 산정 때 붙는 가산금리(加算金利)인 스트레스 금리가 기존 0.38%에서 0.75%로 높아지고, 적용 대상도 은행권 주담대에다 은행권 신용대출과 제2금융권 주담대가 추가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소득 대비 빚 부담 정도나 증가 속도가 전 세계 주요국 중 네 번째로 높았다. 우리나라 가계 부문 DSR은 14.2%로, 미국(7.6%)과 일본(7.5%)의 2배다. 이에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에도 DSR 규제 적용을 고심하고 있다. '양치기 소년'처럼 일관성을 잃은 경제 정책은 시장의 불안만 증폭시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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