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총선 결선에서 대이변이 일어났다.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예상을 뒤엎고 극우 정당을 누르고 1당 자리를 차지했다. 1차 투표에서 불어닥친 극우 돌풍에 위기를 느낀 좌파 연합과 범여권이 성사시킨 반(反) 극우 연대가 효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좌파 연합, 극우 정당 누르고 1위
8일 프랑스 내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총선 결과 좌파 연합은 전체 하원 의석 577석 중 182석을 차지해 1당에 올랐다.
1차 투표에서 참담한 성적을 냈던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이 168석을 얻어 2위였고, RN과 그 연대 세력은 143석에 그쳐 3위에 머물렀다.
RN과 연대하지 않은 우파 공화당은 45석, 기타 우파 15석, 기타 좌파 13석, 기타 중도 정당 6석, 지역주의 세력 4석, 기타 정당 1석 등으로 최종 집계됐다.
투표율도 높았다. 이날 최종 투표율은 66.6%로, 2022년 총선 2차 투표 때보다 20.4%포인트 높았다. 지난달 30일 1차 투표율(66.7%)과 비슷한 투표 참여율이다.
좌파 연합 내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우리 국민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분명히 거부했다. 국민의 과반수가 극우 세력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다"며 "오늘의 결과는 수백만 명의 국민에게 엄청난 안도감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극우 의회장악 저지" 여론 결집
2차 투표 결과가 예상과 달리 나온 데엔 1차 투표 이후 좌파 연합과 범여권에서 RN 후보의 당선 저지를 위해 대대적인 후보 단일화를 이룬 결과다.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사회당, 공산당, 녹색당 등 프랑스 좌파 정당들은 지난달 9일 유럽의회 선거 결과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결정하자 NFP란 동맹 세력을 만들었다.
앞서 좌파 연합은 지난달 30일 1차 투표 때까지만 해도 RN에 뒤처진 2위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은 3위에 머물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좌파 연합과 범여권은 좌파 연합 내 극좌 정당인 LFI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극우 집권을 저지해야 한다는 공통의 목적을 위해 사실상 후보 단일화를 이뤘다. 이를 통해 애초 RN 후보와 3자 대결이 예상된 지역구는 306곳에서 89곳으로 대폭 줄었고 양자 대결이 펼쳐진 지역구는 190곳에서 400곳 넘게 훌쩍 뛰었다.
◆마크롱 대통령, 국정운영 진통 예상
이번 선거에서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없다. 관례대로라면 마크롱 대통령은 1당을 차지한 좌파 연합 출신을 총리로 임명해야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좌파 연합 내 극좌 정당에는 권력을 맡길 수 없다고 누차 언급해 온 만큼 총리 임명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날 총선으로 1당 자리를 좌파에 내주게 된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내일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해 당분간은 직무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총선 결과로 프랑스에는 어느 진영도 과반인 289석을 차지하지 못한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출연하게 됐다. 헝 의회란 의원내각제 정부 체제에서 의회 내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없어 불안하게 매달려 있는 상태(Hung)의 의회를 뜻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총선을 통해 최악의 고비는 넘겼지만, 마크롱표 국정운영의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에 향후 정부 운영 향배 등에 따라 레임덕에 처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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