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의 양이 지휘하는 백 마리의 사자 떼보다 한 마리의 사자가 이끄는 백 마리의 양 떼가 훨씬 강하다는 말이 있다. 군에서 지휘체계와 상명하복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말이다. 최근 순직한 채 해병 사망 사건에서 군의 근간인 상명하복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것 같다. 사실 이번 사건은 수사 외압이 아니라 박정훈 대령의 항명 여부가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가 개정한 군사법원법 제45조는 '군사법경찰관은 범죄 수사에 관해 직무상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해병대 수사단장은 군사법경찰관이다. 당연히 직무상 상관인 국방부 장관의 명령에 복종할 의무가 있다. 복종하지 않으면 법상 의무를 어긴 것이다.
군형법 제44조에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이라며 항명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불법한 명령이나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정훈 대령은 자신이 그렇게 떳떳하다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어떤 불법적인 명령이나 지시가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 그런데 야당의 주장에 선동된 사람들은 항명보다 수사 외압만 바라보고 있다.
이번에는 군사법원법을 보자. 제2조는 '군인 등이 사망하거나 사망에 이른 경우 그 원인이 되는 범죄는 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라고 기술돼 있다. 제228조에는 '군사법경찰관은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재판권이 군사법원에 있지 아니한 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건을 대검찰청 등에 이첩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박정훈 대령이 해병 사망 사건을 수사하면서 재판권이 군사법원에 있지 않다는 인식을 어느 시점에 했는지가 중요하다. 만약 수사 개시 시점 또는 수사 중간에 군사법원에 있지 않다고 인식했다면 직무유기다. 바로 보고를 하고 이첩했어야 한다. 자신의 공명심을 위해 끝까지 수사를 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모든 수사가 끝나고 인식했다면 장관의 승인을 받아 이첩하면 된다. 장관이 수사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지휘 조치다. 일반 회사에서도 그날 아침에 결재를 했지만 오후에 이를 수정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무엇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들고나온 것이 국방부 장관이 결재한 이후 이첩 보류 지시를 문서로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군에서 대부분의 명령과 지시는 구두로 이루어진다. 이걸 모른다면 박정훈 대령은 30년 동안 군 생활을 아무 생각 없이 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만약 박정훈 대령의 주장이 맞다면 해병 사망 사건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 수색간 입수 지시가 임성근 사단장 명의의 문서로 하달됐어야 한다. 자기는 문서 지시를 받아야 하고 임성근 사단장은 구두 지시로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번 국회 입법청문회에서 바둑판식 수색 방법이 물속에서 하느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사실이 아니다. 바둑판식 수색은 물속에서 하지 않는다. 물 속에서 수색을 바둑판식으로 한다는 교리가 어디 있는지 제시해주기 바란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마치 사실인양 말하는 태도는 더 큰 거짓말로 거짓말을 덮는 언행이다.
지금 국방부에서 박정훈 대령의 항명죄 여부를 재판 중에 있다. 유죄가 나오면 더불어민주당에 치명적이다. 그래서 이번 특검법에 박정훈 대령에 대한 공소 취소 권한도 특검에 줬다. 그렇게 당당하다면 재판을 받고 무죄를 선고받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뭐가 불안한지 특검에 굳이 포함시켰다.
박정훈 대령이 항명죄로 유죄를 받게 되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또다시 더 큰 거짓말과 선동전에 나설 것이다. 그 선두에 이재명 대표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친명 의원들이 설 것이다. 이런 광풍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국민의 올바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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