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화건설 브랜드가치 이것밖에 안되나" 포항 2차 입주예정자 '뿔났다'

포레나2차 이사 예정돼 있는데 대출 막혀 길거리 나앉을 판…건설사 책임인데 계약 취소도 안돼

지난 4일 오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화 포레나 2차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아파트 주변에 건설사 측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입주예정자 제공.
지난 4일 오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화 포레나 2차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아파트 주변에 건설사 측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입주예정자 제공.

"1군 건설사 한화건설 이름만 믿고 계약을 했는데 계약조건이 지켜지지 않아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습니다."

한화건설이 최근 경북 포항에 건설한 '포레나 2차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고 중도금 대출 문제 등으로 말썽을 빚고 있다.

8일 입주예정자들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분양가(5층 이상)는 3억9천850만 원으로, 중도금 1금융권 대출, 분양가 중 1억원 무이자 3년 상환 유예 등을 계약조건으로 분양이 이뤄졌다.

원래대로라면 지난해 11월부터 중도금을 6회에 걸쳐 대출받은 뒤 이달 1일부터 잔금을 치르고 입주를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아파트 미분양 등 문제로 아파트 건설 시행사와 계약했던 금융기관(1금융권)이 대출을 거부해 입주예정자들의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해졌다. 시행사 측은 중도금 없이 잔금을 한 번에 치르도록 계약을 변경한 뒤 방법을 찾으려 했지만 최근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입주예정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 됐다.

입주예정자 A씨는 "1금융권 대출 거부 이유는 아파트 분양이 50%를 넘지 않아 시행사 측과 맺은 계약 조건이 충족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시행사 측은 2금융권 등을 소개해주고 있지만 이자가 2배 가까이 비싸거나 대출이 적게 나오다 보니 어느 입주예정자들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입주예정자들은 시행사 측의 사정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계약 취소도 못하고 있으며, 자칫 계약금마저도 날릴 처지에 놓여 있다.

입주예정자 B씨는 "시행사 측은 애초 계약금 1천만원만 받고 모든 계약을 진행해 놓고, 문제가 생겨 해지를 해달라고 하니 원래 계약금 3천985만원을 모두 채우고 취소 얘기를 하라고 한다"며 "이 돈을 채운다고 해도 계약금을 돌려줄 거란 확답은 하지 않고 있다. 계약 파기 원인을 우리 쪽으로 돌려 돈만 챙기겠다는 속셈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에게 있어 정부의 디딤돌 대출은 마지막 희망이지만 이 부분도 쉽지 않다.

정부 대출은 아파트의 시세를 보고 대출금을 책정하기 때문에 입주 전인 아파트는 대상이 되기 어렵고, 된다고 해도 대출금은 턱없이 적게 나온다.

여기에다 시행사 측이 입주 계약조건으로 내건 '1억원 3년 무이자 유예'도 발목을 잡고 있다.

한 시중은행은 "은행은 아파트의 가치를 평가해 대출을 내주게 되는데, 1억원이 저런 식으로 빠지게 되면 가치도 그만큼 준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저 부분이 유지되면 정부 대출은 물론, 시중은행 대출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예정자 C씨는 "이사 날짜를 받아두고 입주를 못하게 되면 온 가족이 결국 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다. 이런 신세의 가구가 한둘이 아니다"라며 "한화건설의 브랜드 가치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건지 따져 묻고 싶다. 한화건설이 나서서 사태해결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화건설 관계자는 "분양 계약과 관련된 사항은 시행사인 지역 건설사의 소관"이라며 "하지만 한화의 이름으로 진행된 사업인 만큼 문제 해결이 빨리 되도록 하기 위해 시행사에 어필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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