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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배터리 업계 '보릿고개'…업계 관계자 "하반기에도 어려움 예상"

현대자동차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공장
현대자동차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공장 'HLI그린파워' 전경. 연합뉴스

전기차 수요 둔화로 국내 배터리 업계 부진이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천9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6%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이는 증권가 컨센서스(2천337억원)보다 낮은 실적이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혜택을 받은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4천478억원을 제외하면 2천5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배터리 3사'로 꼽히는 삼성SDI와 SK온 실적 전망도 어둡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48% 하락한 3천805억원에 그쳤다. SK온 역시 적자 기록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 성장 둔화는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과 연관을 지닌다. 글로벌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전기차 생산량을 기존 20만∼30만대에서 20만∼25만대로 하향 조정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또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전기차 판매량도 회복이 지연된 영향도 크다. 여기에 리튬, 니켈 등 광물 가격 하락으로 '역래깅 효과'(원재료 투입 시차에 따른 이익감소)가 나타나면서 실적에도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기업들은 연구개발과 사업 다각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대규모 수주에 성공했다. 그동안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던 중저가 LFP배터리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것이다. 최근 저가형 전기차 모델 출시로 LFP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삼성SDI와 SK온도 2026년 양산을 목표로 LFP 배터리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 외에도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도 추격을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 최대 전력기업인 넥스트에라에너지에 1조원대 규모의 ESS용 배터리를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LG에너지솔루션도 최근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 미국법인과 총 4.8GWh(기가와트시)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광물가격 하락으로 하반기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전환 방향이 뚜렷하고 배터리 수요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실을 다져 수요 증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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