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혁신도시 일대 들개 '으르렁'…동구청이 포획 및 구조 나선다

대구 동구청, 야생화된 유기견 50여마리 포획 목표
혁신도시 일대 들개 포획틀 6개 설치
"본질적 해결에는 반려동물 등록제 홍보·활성화 필요"

8일 오후 대구혁신도시 주민들이 동구 각산지에 설치된
8일 오후 대구혁신도시 주민들이 동구 각산지에 설치된 '들개 포획틀' 옆을 지나고 있다. 동구청은 혁신도시 일대에 들개 포획틀 총 6개를 설치한 뒤, 포획한 들개는 유기동물 보호센터로 인계할 예정이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구 동구 곳곳에서 야생 들개 무리가 출몰해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자 동구청이 대구시 9개 구·군 최초로 포획 예산을 확보해 들개 포획 및 구조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최근 동구 혁신도시 일대에서 들개 무리가 출몰해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말 동구 각산동에 위치한 한 유치원 인근 도로에는 10마리가 넘는 들개 무리가 차량 한 대를 에워싸면서 주민 불안감을 유발했다.

문제는 들개 무리가 나타난 장소에서 도보 30초 거리에 유치원이 있고 10분 거리에는 초등학교가 있다는 것이다. 체구가 작은 어린이나 힘이 약한 노약자 등은 들개 무리에 공격 당할 가능성이 크다.

혁신도시 일대 뿐만 아니라 공산동, 도평동, 방촌동 등 동구 전역에 들개 무리가 활보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5월에는 들개 무리가 방촌동 농가를 습격해 20여마리의 닭을 죽이고 용수동 일대 미나리를 뜯어 재산상 손실을 초래했다. 동구청은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들개 관련 인터넷 민원만 30건 이상 접수했다고 밝혔다.

주민 피해가 커지면서 동구청은 이달 8일부터 다음달까지 2개월 간 '2024년 유기동물보호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야생화된 유기견 50여마리를 포획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표다. 사업은 총 사업비 9천만원으로 운영되며 일부 금액은 시비로 보전한다.

들개 포획에는 수의사 등으로 구성된 유기동물보호센터 소속 들개 전문 포획단이 나서는데 들개 포획 시 마리당 30만원, 포획 출장비는 하루 15만원 지급된다. 들개 포획비용까지 지급하는 '집중 포획 활동'은 동구가 대구시 9개 구·군 중에서 최초로 시행한다.

이밖에도 동구청은 혁신 도시 일대에 들개 출몰 위험 등 주의사항을 안내하는 현수막을 10개 설치하고, 들개 출몰 주요 지점인 혁신도시 일대에 포획틀을 6개 설치했다. 포획한 들개는 유기동물 보호센터로 인계할 예정이며 소유자 유무 확인 후 새로운 입양자를 찾는 공고문을 10일 이상 게시한다.

전문가들은 들개 무리가 형성되는 원인 중 하나인 반려견 유기를 막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순석 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은 "유기견들이 점차 개의 조상인 늑대처럼 야생성을 회복하면서 '들개 무리'가 된다"며 "반려동물과 견주의 정보를 의무적으로 등록하는 반려동물 등록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견주가 반려견을 유기 할 수 없도록 법적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도 "들개 번식을 예방하기 위해 중성화 수술을 하는 것도 예방 대책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반려견 유기, 유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견주 책임감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동구청 민생경제과 관계자는 "들개 발생의 근본 원인인 반려동물 유기문제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반려동물 등록제 홍보에 더욱 힘쓰고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에 걸린
지난 2일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에 걸린 '야생들개 출현 경고' 현수막 앞으로 어린이가 지나가고 있다. 최근 이곳은 야생화된 유기견들이 잇따라 목격돼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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