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김건희 여사 문자메시지, 정무적 판단 아쉽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김건희 여사 문자메시지 논란에 함몰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김 여사가 총선을 앞두고 명품 파우치 수수 관련 대국민 사과 의사를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전했지만 무시당했다는 것인데 결국 문자메시지 원본이 전격 공개되면서 상황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동안 원본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의 주장에 따른 재구성을 바탕으로 억측(臆測)만 쏟아지던 양상이던 터였다. 때문에 일각에서 당권과 관련해 중차대한 문제라면 메시지 원본을 공개하라는 목소리도 나왔었다.

늦게라도 원본이 공개된 건 다행스럽다. 무리한 억측과 공세로 허송세월하다 보면 전당대회의 목적이 휘발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컸었다. 설상가상 엄중한 시절임을 망각하고 진실 게임 공방으로 치달았다면 더불어민주당에 국정 농단(壟斷)이라는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민주당은 이미 일곱 명째 검사 탄핵에 착수했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포도 현실화하려 하고 있다.

다만 염려스러운 점은 한 전 위원장이 김 여사의 사과 의도가 담긴 모든 메시지를 사실상 사과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었다는 주장이다. 이런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면 당시 김 여사 리스크로 고심하고 있던 당내 기류를 감안해 정무적인 판단을 내렸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공개된 메시지 내용 원문에 따르면 김 여사는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뭐든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의 궁금증은 다시 증폭된다. 김 여사의 다섯 차례에 걸친 메시지 내용 중 어느 대목에서 한 전 위원장이 '사실상 사과하지 않겠다는 의도'라 파악했느냐다.

진정성이 담긴 사과가 중요했던 것처럼 그 판단의 배경도 명쾌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문자메시지 의도와 해석에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도록 정리하고 가주길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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