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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혁신도시 10년] 이대로 괜찮나…학령인구에 경제활동인구도 감소

일 자리도, 아이 키우기도 힘들어…4년만에 1천400여명 인구 감소
대구시·이전 공공기관·강대식 의원 '혁신도시 활성화 한 힘'

대구혁신도시 전경. 유아부터 학령 인구와 경제활동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급하다. 매일신문 DB
대구혁신도시 전경. 유아부터 학령 인구와 경제활동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급하다. 매일신문 DB

대구 동구는 최근 소멸위험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이곳에 위치한 대구혁신도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유아부터 학령 인구는 물론, 경제활동인구마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구시는 채용 확대를 위한 지원은 물론, 교육기관 확대에 힘쓰고 있다.

◆ 학령 인구와 생산 인구 등 주력 인구 감소

대구 동구 혁신동 전체 인구는 1만7천319명(6월 말 기준)이다. 이는 당초 대구혁신도시 조성 당시에 목표했던 정주인구 2만2천215명의 77.96%에 그친다. 지난 3월 1만7천602명(79.23%)을 기록하는 등 2020년 7월(안심3·4동서 분동)부터 4년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대구혁신도시가 목표 정주 인구를 채우지 못한 것은 전체 인구의 83%(1만4천387명)를 차지하는 '0~59세' 구간(1년 단위) 가운데 '0~18세', '28~50세' 구간이 주요했다.

지난 2020년 7월 기준 혁신동에 거주하던 0세는 248명으로, 4년이 지난 현재(2024년 6월) 4세 인구는 204명으로 줄었다. 4년 전 살던 0세 아이 44명이 이 기간 동안 대구혁신도시를 떠난 셈이다. 또 같은 기간 동안 10세(237명)가 14세로 성장하면서 60명 감소, 177명으로 집계되는 등 상당한 인구가 줄었다.

최근 4년간 혁신도시 전체 인구도 1천400여명이 줄었다. 이는 현재 대구혁신도시에 사는 20대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6월 기준 인구수를 살펴보면 총 인구는 1만7천319명으로 4년 전 1만8천791명보다 1천472명 줄었다. 이 가운데 연령대별(10년 단위)로 살펴보면 30~39세는 1천318명, 0~9세도 1천55명이 감소했다. 20~29세의 경우 489명이 줄어들어 감소세에 속도를 올렸다.

홍창식 혁신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은 "젊은 공공기관 직원들이 실거주지와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일치시킬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혁신도시에 살면서도 주소를 옮기지 않는 거주인들도 있어 이 같은 분위기가 더 짙어진다"고 말했다.

◆일할 곳도 아이 키울 곳도 없는데 떠날 수밖에

이 같은 상황에 대구혁신도시의 핵심인 이전 공공기관들의 지역 인재 채용과 고졸 채용이 좀처럼 확대되지 않으면서 인구 감소는 더욱 과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20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이전공공기관들이 채용한 이전 지역 인재와 고졸 인력은 각각 619.5명, 177.5명으로 집계됐다. 연 평균으로 살펴보면 지역 인재는 154.8명, 고졸 인력은 44.3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대구 9개 혁신도시 공공기관의 지역 인재 채용 비율은 44.6%를 달성했다.

이전 공공기관별 채용 규모(이전 지역 인재, 고졸 인력)를 살펴보면 신용보증기금 171.5명, 67명 ▷한국부동산원 99명, 24.5명 ▷한국가스공사 84명, 54명 ▷한국산업단지공단 53명, 17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48명, 2명 ▷한국사학진흥재단 28명, 2명 ▷한국교육학술정보원 27명, 0명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59명, 3명 ▷한국장학재단 50명, 8명이다.

채용 규모 축소 등으로 공공기관 취업 녹록지 않은 데다, 최근 들어 고졸 취업마저 현저히 줄어 정주 인구는 점점 줄어들 수 있다는 게 혁신도시를 빠져나온 이들의 설명이다.

기관별로 살펴보면 한국장학재단은 고졸 인력을 2022년에 4명을 뽑았지만, 지난해에는 아예 채용을 하지 않았다. 또 같은 기간 이전지역 인재 채용도 18명에서 10명으로 줄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이전 지역 인재 채용을 12명에서 16명으로 늘었으나, 고졸 인력은 단 한 명도 뽑지 않았고, 한국가스공사도 2022년 10명을 채용한 뒤 지난해에는 고졸 인력으로 9명을 모집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지난해 11명의 지역 인재를 채용했는데 전년(15명) 대비 규모가 줄었다.

이밖에 일반계 고교 부재로 인한 인구 유출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대구의 한 경제 지원 기관 관계자는 "대구혁신도시 공공기관에 취업하려고 했지만, 채용 규모가 줄어들면서 결국 다른 곳에 취직하게 됐다"며 "혁신도시에 살면서 직장을 다니기에 무리가 있어 지난해 이사를 했다"고 말했다.

'2024 대구경북 공공기관 지역인재 합동채용설명회'를 찾은 취업준비생들이 채용 설명을 듣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시, 공공기관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 위해 노력 중

대구시와 혁신도시 공공기관은 물론 지역 의원까지 나서 혁신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우선 대구시는 지난 5월 9일 '2024년 대구‧경북 지역인재 합동채용설명회'를 열고 이전 공공기관에 대한 지역 인재 채용 지원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1천380명) 대비 1.9배 가량 참석자 수가 늘어나 2천530명이 다녀갔다.

또 대구한의대 혁신융합캠퍼스 조성 사업도 추진 중이다. 고급 인재를 키워 지역에 머물게 함으로써 혁신도시가 지역 균형발전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2022년부터 진행 중이다.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조성하는 혁신융합캠퍼스는 올해 9월 완공 예정이다. 완공 후 대구한의대 부속 한방병원과 재활치료학부·한의학과·간호학과가 이전하게 되면 관련 각 학과 학생은 물론 병원 관계자 등 상주 인구 1천명 이상이 한 번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연간 환자 6만여명과 외국인 의료관광객 2천명 등 생활인구도 크게 증가해 지역 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

정선애 대구시 광역협력담당관은 "지역인재 합동채용설명회 확대, 혁신융합캠퍼스 활성화 등의 노력으로 혁신도시가 청년 인구 유입에 중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가스공사도 올해 일반직 143명, 연구직 7명, 별정직 10명 등 160명 규모의 공채에 나섰다. 이 가운데 사회 형평 대상자(8명), 고졸 인재(26명)도 포함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도 2024년 신입직원 및 체험형 청년인턴 47명을 채용한다. 정규직 및 무기계약직 채용규모는 정규직 및 무기계약직, 육아휴직대체계약직, 체험형 청년인턴 총 47명이다. ▷경영일반 ▷재무관리 ▷정보보안 ▷ICT정책·사업기획 관리 ▷장애인 제한경쟁 등 7개 분야 17명이다. 육아휴직 대체계약직 채용과 경영일반·ICT사업관리 1개 분야 10명이다. 특히 청년 일자리 경험을 통한 취업 역량 강화를 위해 체험형 청년인턴도 20명 채용한다.

특히 정치권에서도 잇따라 지역 인재와 고졸 인력 채용 확대를 위한 발의안을 내놓고 있다.

강대식 의원(대구동구군위군을)은 지난달 7일 지역 인재 법정 의무 채용률을 50%까지 상향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 같은 당 박정하 의원은 지난 5월 30일 지역 고교 졸업자를 지역 인재 대상자로 인정해 채용 시 반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역인재 채용 대상자 확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강대식 의원은 "지역 인재 채용률을 높여 인구 유출을 막는 노력은 함께해야 하는 것"이라며 "지역 출신이지만, 타지역에서 대학을 마친 인재들도 다시 고향으로 돌아 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법안도 발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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