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미술 작가 활동은 더 이상 놀라운 뉴스가 아니다. 이미 많은 배우, 가수들이 작품을 창작하며 화가로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예술가가 된 수많은 방송인, 그중에서도 기안84는 조금 다른 경우다. 방송인이기 이전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전공한 후 오랜 시간 웹툰 작가로 활동해왔으니 결국 다른 이들과는 거꾸로 작가였던 이가 유명세를 얻어 연예인이 된 셈이다.
7월 5일 더 현대 대구에서 방송인 겸 웹툰 작가인 기안84의 개인전 '기안도'가 개최됐다. 그가 긴 시간 연재하던 네이버 웹툰 '복학왕'을 완결 지은 후 2022년 개최했던 1회 개인전 '풀소유' 이후 2년 만에 개최되는 2번째 개인전이다. 방송인으로서의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작가 활동을, 그것도 웹툰이 종료된 이후 직접 붓을 들고 캔버스를 채워나가는 회화 작업을 이어나가는 그의 활동을 존중한다. 기안84의 개인전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을 후원사와 이벤트사의 전시 기획과 구성에 기대를 걸며 전시장으로 발걸음 했다.
전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매로 입장할 수 있는데 주말 같은 경우 이미 티켓이 매진되었으나 조금의 기다림을 감내한다면 현장 발권도 가능했다. 길게 늘어선 현장 발권 줄이 다시금 이 작가의 유명세를 실감하게 했다. 기다림 후 입장한 전시장 내부는 다소 산만했다. 전시장 내부의 인파 때문이라기 보다 환경으로 인해 그러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백화점의 카페 라운지로 사용되던 공간을 전시장으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뒤가 모두 비치는 철망 벽을 작품이 걸리는 배경으로 사용하고, 또한 기존 공간의 가구들이 곳곳에 그대로 배치돼있는 모습, 명확하지 않은 동선 등으로 인해 작품에 몰입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약 30점의 적지 않은 작품 개수와 섹션마다 함께 구성되어 있는 기안84의 작가노트 텍스트들이 관람객에게 쉬운 이해와 즐거움을 선사하는 듯했다. 특히 전시장 마지막 동선에서는 그가 입었던 작업복, 작업실에서 사용하던 물감과 붓, 팔레트 등이 아카이빙 돼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 공간을 전시 공간의 도입부로 구성해 방송인이 아닌 예술가로서 기안84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춰 전시를 스토리텔링 했다면 작품 감상에 있어 관객의 몰입도를 더욱 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전시 중에는 추첨을 통해 기안84가 직접 작품에 대해서 설명하는 도슨트 프로그램도 진행된다고 한다. 희박한 확률을 뚫고 직접 기안84의 도슨트를 듣게 될 관객들이 궁금한 것이 그의 예술세계에 대한 것인지, 연예인을 실물로 만난다는 기대감일지 알 수 없다. 다만 이렇게 시민을 전시장으로 발걸음 하도록 하는 프로젝트와 전시들이 더 많이, 높은 완성도로 수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안84의 이름 때문에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작가의 철학을 담아낸 작품을 바라보며 유명인의 삶과 우리의 삶에 공통분모가 존재함을 느끼고 작품을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었다면, 그 공감이 이후 다른 작품을 향한 호기심으로 이어질 작은 가능성을 만들어두는 것임에 기대를 걸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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