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릉지사→대구경북본부 직할' 조직 축소하려는 한전…"개발·전력수요 커지는데"

한전 울릉지사, 대구지사로 통합…지역 공공기관 "조직축소 아닌 역할 증대 필요" 지역민도 한 목소리

한전은 울릉지사를 축소해 대구지사로 편입 움직임이 보이자 지역 공공기관에서 울릉도 곳곳에 현수막을 걸고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 중이다. 조준호 기자
한전은 울릉지사를 축소해 대구지사로 편입 움직임이 보이자 지역 공공기관에서 울릉도 곳곳에 현수막을 걸고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 중이다. 조준호 기자

윤석열 정부가 동해 개발과 울릉도·독도 영토주권에 힘 싣는 와중,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울릉지사를 없애고 대구경북본부 직할 기관으로 축소하려 해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울릉공항 개항을 계기로 기업 투자와 관광지 개발이 늘고 전력 수요도 증가하는 만큼 조직을 더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1일 울릉군 등에 따르면 최근 한전은 기획재정부의 '재정 건전화' 권고에 따라 전력 사업을 광역화하고, 인력 운영 적정성과 업무 효율성도 높인다는 이유로 울릉지사의 직제를 폐지·축소해 대구본부 직할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구본부 직할로 편입할 때의 구체적 계획은 미정이나, 상주 직원이 현재 16명에서 점차 줄어들고 업무도 소규모 민원과 수리 등에 그칠 전망이다. 대규모 작업 때는 대구본부 소속 직원이 수시간에 걸쳐 오가야 한다는 의미다.

울릉지사는 울릉도·독도의 전력 생산·공급·관리 등을 담당한다. 섬 특성상 전력 사용량이 늘어도 주변 지역 도움을 받을 수 없고, 지역 발전소에서 자체 생산하는 전력만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발전시설이 노후해 전력량이 높지 않고, 배전선로도 육지와 다른 6.6㎸ 비접지 방식이어서 고장 시 복구하기 쉽지 않아 이를 상시 관리할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지난 2021년 차상경 당시 한전 울릉지사장이 "전력 생산량을 기존 1만9천200㎾에서 2023년까지 2만9천200㎾로 증설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민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공기관 울릉도 발전협의회는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려면 울릉지사 조직 축소가 아닌 역할 증대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지역 곳곳에 내걸었다.

주민 박우현(가명·51) 씨는 "수년 전 군 부대 레이더 시설 등을 설치하느라 한전에 전력을 추가 요청했다가 '전력이 부족하다. 자체 해결하라'는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며 "동해의 전략적 요충지에 예비 전력이 부족하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제대로 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울릉도 한 발전소 관계자도 "앞으로 10년 간 울릉도 발전과 전력 사용량 등에 큰 변화가 예상되므로 오히려 조직 확대 개편이 시급하다. 울릉도 독도에 대한 지정학적, 영토 수호 차원에서 한전은 변함없이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릉군과 군의회, 경북도는 향후 추이를 보며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도서지역 특성상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쉽지 않아 유사시 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다. 울릉공항 건설, 통합하수도처리장, 대규모 신규 시설 등 전기수요도 점차 커지고 있어 한국전력 울릉지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상식 울릉군의회 의장도 "필요하다면 한전 대구본부와 본사 등에 찾아가 울릉지사 폐지를 막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 대구본부 관계자는 "울릉지사 축소 계획과 울릉도 지역 전력 증설 등은 아직 결정한 것 없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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