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비록 그들만의 리그지만 뜨겁다

강영훈 서울취재본부 기자

강영훈 서울취재본부 기자
강영훈 서울취재본부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구경북 권역 취재를 하다 보면 인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수도권에 비해 젊고 능력 있고 참신한 인재가 없는 데다 나오는 사람만 계속 나와서 경쟁이 없다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 한 지역을 오래 지키는 사람은 능력이 없는 것일까.

인구가 많은 수도권은 당연히 후보가 많다. 그러나 수도권 역시 낙선에도 재차 도전해 공천을 받는 인사도 상당해 신인이 계속 나오는 건 아니다. 아울러 비수도권 약세 지역에서 5수 끝에 금배지를 단 사례도 있다. 연수로 무려 20년이다.

대구경북은 민주당 중앙당에서도 전략(약세) 지역으로 인정하고 비례 의원을 배분할 정도로 보수 정당이 수십 년째 초강세인 지역이다. 능력 좋고 젊은 인재면 수도권이나 다른 야권 우세 지역으로 옮겨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실제로 옮겨서 당선된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민주당이 이 같은 약세 지역을 극복하기 위해 손을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대 국회에서는 2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고 경북에선 기초자치단체장을 당선시켰다. 각 시도당에도 지역 현역 의원은 없지만 여전히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이번 총선 후보로 뛰었던 인사들을 보면 2번 이상 도전한 경우도 상당하고 후보를 못 낸 지역도 나왔다. 공천 경쟁부터 치열한 수도권과 비교하면 다소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약세 지역임에도 지역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출마하는 후보가 있다는 것에 더 의미를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치러지고 있는 대구경북 시도당위원장 선거도 원외 인사 간의 경쟁인 만큼 중앙당에서도 큰 관심이 없다. 게다가 후보들도 대부분 총선에 출마했던 낯익은 얼굴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식상한 경쟁은 아니다. 저마다 국회든 지역 현장이든 공식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후보 간 치열한 선거전에 임하고 있다.

다들 자주 보던 인사들이라고 해도 내부 선거에서 무투표로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규모와 후보 수가 차이 나겠지만 매번 민주적 절차로 내부 경쟁을 펼친다.

민주당 전당대회 일정과 동시에 치러지는 가운데 최고위원들은 저마다 선봉장을 주장하며 여당과의 싸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대구경북 시도당위원장 후보들도 지방선거와 대선 승리를 이끌기 위해 여당과의 싸움에 앞장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서 있는 환경은 다르지만 같은 입장이다.

인재가 없다는 지적도 반만 맞는 말이다. 경제적으로도 수도권 이전 기업이나 직장을 찾아 떠나는 청년층을 잡기 어려운 상황인데 하물며 정치도 마찬가지 아닐까. 더 좋은 곳을 찾아 떠나는 게 당연한 것처럼도 보인다.

인구의 수도권 이탈은 가속화되고 있지만 아직 현장에 가면 청년 지지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청년층 득표율도 꾸준히 나오는 만큼 애초에 민주당이 대구경북 청년 인재를 키우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설명이 더 맞지 않을까.

대구경북이 단순히 민주당 약세 지역이라고 해서 후보 경쟁력이 없다고 보긴 어렵다. 텃밭인 국민의힘이 지역에 큰 관심을 쏟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어도 당선이 쉽지 않다.

지역구 의원이 당 원내대표를 연이어 하는 등 지도부에서 각종 현안 처리에도 적극 앞장서고 있는 상황에서 원외 지원만 하고 있는 민주당과 비교하기 어려운 점도 강세 지역인 이유가 아닐까.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 투표권을 가진 권리 당원 수는 대구 1만1천859명, 경북 1만2천880명이다. 실제 지지층은 더 많을 것으로 본다면 정치적 다양성 보장과 지역 발전을 위해서라도 민주당의 약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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