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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무파업, 삼성전자 첫파업…노조 리스크 '희-비' 갈렸다

현대차, 6년 연속 무분규 "막대한 손해 피했다"…삼성전자, 반도체 훈풍에도 생산 차질 불가피

올해 임금협상 상견례 하는 현대차 노사 대표. 현대차 제공.
올해 임금협상 상견례 하는 현대차 노사 대표. 현대차 제공.

노동계 하투(夏鬪)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선두 기업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병철 창업주의 무노조 경영철학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노조 리스크'에 직면한 반면, 현대자동차는 6년 연속 무분규로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업 신인도를 크게 높였다.

현대차 노사는 46일 만에 2024년 임금 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 잠정 합의안에 대해 합의하면서 이견을 좁혔다. 초강성 노조로 알려진 현대차 노사가 파업 없이 평화적으로 교섭을 하기 시작한 것은 6년 전부터다. '초강성'으로 평가받던 8대 집행부, 9대 집행부에 이어 10대 집행부도 파업 없이 교섭을 이끌어내자 노사 상생 분위기가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친환경 차량 대세론과 4차 산업혁명 등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가운데 노조가 조합원의 이익과 일자리를 중심에 두고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합리적인 결과를 효과적으로 도출하는 방식으로 조합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오는 12일 전체 조합원 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이 가결될 경우 한 달여 만에 임단협이 완전히 마무리된다. 이처럼 무파업 타결을 앞두면서 임단협 때마다 가슴을 졸여 왔던 대구경북 협력업체들은 환호하고 있다. 대구 지역 현대차 1차 협력사 관계자는 "현대차 노사가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파업을 할 경우 그만큼 일을 못 하게 되고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며 "협력사 입장에서는 무분규 노사 협의는 언제든 환영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불황 터널을 지나 이제 막 빛을 보기 시작한 삼성전자 상황은 현대차와는 완전히 정반대다.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전날 사상 첫 총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이틀째 파업을 진행했다. 노사 간 최대 쟁점은 연봉 인상률이다. 삼성전자는 5.1%, 전삼노는 6.5% 임금 인상을 요구했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던져 현대차와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10일 서울을 비롯한 각 지역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정권 퇴진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어서 산업현장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경영계는 '불법 정치 파업'이라고 규정하고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파업은 법 개정과 정권 퇴진 등 정치적 요구를 목적으로 내세운 불법 정치 파업"이라고 비판했다.

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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