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장암으로 세상 뜬 대구대 학생…"알바로 번 600만원, 후배들에게 써달라"

투병중에도 학교 샌드위치 가게서 일해
대구대, 고인 기리기 위한 시설물 설치 예정

고 차수현 학생. 대구대 제공
고 차수현 학생. 대구대 제공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한 여대생이 투병 중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후배들에게 써달라며 학교에 전달해 잔잔한 감동이 되고 있다.

10일 대구대에 따르면 이 학교 생물교육학과에 다니던 고 차수현 씨 유족은 차씨가 아르바이트로 번 돈 600만원을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학교를 찾은 아버지 차민수 씨는 "딸이 교내 샌드위치 가게에서 근무하며 어렵게 모은 돈을 교사의 꿈을 대신 이뤄 줄 후배들에게 써 달라고 유언을 남겼다"며 대학 발전기금으로 내놨다.

고인은 지난 2021년 교사가 되기 위한 꿈을 안고 대구대 사범대학 생물교육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입학 이후 진행된 건강 검진에서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진단을 받는 비보를 접했다. 해당 질병은 대장이나 직장에 수백에서 수천 개의 선종이 생기는 질환으로, 20여 년 전 수현 학생의 아버지도 같은 병으로 오랜 기간 투병한 바 있다.

대장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병이었지만 수현 학생은 수술보다는 자연치유 쪽을 택했다. 대장 수술은 후유증이 크게 남을 수 있는 수술이라 갓 스무 살이 된 여학생이 감내하기에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현 학생은 성치 않은 몸으로도 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3년간 한 학기도 쉬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다. 같은 학과 문동오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 학생으로 활동했고, 교내 한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꿋꿋이 캠퍼스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수현 학생은 병세가 악화돼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 즈음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투병 생활을 이어가던 수현 학생은 지난달 초 22세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수현 학생은 생전에 병상에서 아버지와 얘기를 나누던 중 아르바이트를 통해 모은 돈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제가 이루지 못한 꿈을 후배들이 대신 이룰 수 있도록 돕는데 쓰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아버지는 딸의 '마지막 바람'대로 사범대학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600만 원을 대학에 전달했다.

그는 "교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모두 딸처럼 느껴진다"면서 "딸의 소중한 뜻이 담긴 이 돈이 교사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후배들에게 작게나마 응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부총장은 "수현 학생의 못 이룬 꿈이 캠퍼스에 잘 간직되고 후배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대는 차수현 학생이 교사가 되고자 했던 꿈을 캠퍼스에 간직하기 위해 그가 평소 생활했던 사범대학 건물과 아르바이트를 했던 가게 근처에 있는 한 벤치에 수현 학생 이름과 추모 문구를 새겨 그의 소중한 꿈을 기리기로 했다.

고 차수현 학생의 이름이 새겨진 벤치. 대구대 제공
고 차수현 학생의 이름이 새겨진 벤치. 대구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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