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대가야 고도(古都), 고령

김병구 논설위원
김병구 논설위원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주산(主山; 321m). 주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동쪽 구릉에 옛 대가야 궁성 터와 대가야읍이 자리 잡고 있다. 주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뻗은 주 능선에 산봉우리처럼 솟아 장관(壯觀)을 이룬 무덤들이 있다. 1천600여 년 세월을 지켜온 왕과 왕족의 무덤으로, 지산동 고분군이다. 흙을 쌓은 형태가 남아 있는 200기를 포함해 주 능선 동쪽 가지능선의 작은 무덤까지 포함하면 2천 기에 달한다. 가장 강력한 권위를 상징하는 44호, 45호분(墳)에서는 각각 33기와 11기의 껴묻이널(순장곽·殉葬槨)을 비롯해 칼, 말장구, 귀걸이 등이 쏟아져 나왔다.

3, 4세기 삼한 중 변한 세력이 소국으로 발전한 가야제국은 6세기까지 초기 금관가야(김해), 후기 대가야(고령)가 한반도 동남부 일대에서 신라, 백제, 왜(倭)와 대등하게 교류하고 다투며 세력권을 형성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가야산신 정견모주가 천신 이비가와 감응해 대가야왕 뇌질주일과 금관국왕 뇌질청예를 낳았다. 뇌질주일은 이진아시왕(대가야 1대 왕)의 별칭이고, 뇌질청예는 수로왕(금관가야의 1대 왕)의 별칭이다'라고 적고 있다. 대가야 주인공의 무덤인 지산동 고분군을 비롯해 가야산 건국신화, 왜와의 문물 교류, 중국 남제에 파견(派遣)한 사신, 우륵과 가야금, 토기와 철기는 대가야가 삼국시대 또 하나의 거대한 세력이었음을 방증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3일 고도보존육성중앙심의위원회 회의에서 고령군을 새로운 고도(古都)로 지정했다. 고도는 과거 우리 민족의 정치·문화 중심지로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가진 지역을 말하는데 2004년 경북 경주, 충남 부여와 공주, 전북 익산이 고도로 지정된 이후 20년 만에 고령이 5번째 고도가 된 것이다. 지난해 고령 지산동 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데 이은 쾌거다.

국가유산청은 대가야의 도읍인 고령이 지산동 고분군, 주산성, 대가야 궁성지 등 대가야의 골격(骨格)을 형성하는 역사·문화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경관적 가치가 뛰어나다고 판단했다. 대가야의 역사·문화적 가치가 늦게나마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이를 계기로 대가야 역사·문화 자원을 제대로 보존하고 널리 알리면서 이를 관광산업화하는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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