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내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시장에선 연내 '피벗(통화정책 전환)' 신호가 강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진행한 결과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12차례 연속 동결이다. 금리가 지난해 1월 13일부터 1년 5개월 28일 동안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역대 최장 기록을 쓰게 됐다. 직전 최장 기록은 1년 5개월 21일(2016년 6월 9일∼2017년 11월 30일)이다.
금통위원들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물가상승률 둔화세 지속 여부를 더 확인할 필요가 있고, 외환시장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금융안정에 미칠 영향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금통위 판단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 3월 3.1%, 4월 2.9%, 5월 2.7%에서 지난달 2.4%까지 내려왔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은 완만한 소비 회복세 등으로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초반으로 완만히 낮아질 것으로 보이며, 연간 상승률은 지난 5월 전망치(2.6%)를 소폭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2분기(4~6월) 상승 추세로 돌아선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지난달 말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천115조5천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원 증가했다. 1,400원에 육박한 원·달러 환율도 섣불리 금리를 움직이기 힘든 요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해 7월부터 기준금리를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인 5.25~5.50%로 동결해 왔고, 한미 금리 차는 역대 최대인 2%포인트(p)까지 벌어져 있다.
금융권에선 연준이 오는 9월과 11월 2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리고, 한은은 이르면 오는 10월 금리를 내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날 금통위원 6명(총재 제외) 가운데 "3개월 후에도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 위원은 4명,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위원은 2명이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제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 지난 5월에는 '깜빡이'를 켠 상황이 아니라 금리 인하 준비를 위해 차선을 바꿀지 말지 고민하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 방향 전환을 할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미국의 정책 결정이 중요한 고려 사항이긴 하지만, 국내 금융안정도 그에 못지않은 고려 사항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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