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이재명 전 대표를 둘러싼 친명 강경파들이 득세한 민주당이 예상보다 빨리 대통령 탄핵 카드를 뽑았다. 기본 요건도 갖추지 못한 국회 청원을 바탕으로 어설프게 칼을 겨눈 모양새다.
대통령 선거에서 단 0.7% 차이로 패한 민주당은 내심 윤석열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공·사석에서 공공연히 탄핵을 언급했다. 하지만 역풍이 두려워 당 차원에서 공론화에 나서지는 않았다.
4·10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민주당은 거침이 없다. 탄핵 추진에 따른 심리적 부담감을 상당 부분 떨쳤다. 총선에서 압승한 탓에 무슨 짓을 하더라도 민심은 우리 편일 것이라는 자신감이 팽배하다.
이런 자만심이 대통령 탄핵을 국회 공식 의제에 올린 배경이다. 민주당 의원이 중심이 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 청원'과 관련한 청문회를 19일과 26일 개최한다. 국회는 청원심사 소위원회를 구성해 사실 확인 및 자료 수집을 하고 청원자·이해관계인 등의 진술을 들을 수 있다.
그렇다고 공개적으로 청원 내용을 따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정국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파장이 큰 사안의 경우 심사소위에서 조사·보고하는 게 성숙한 자세다.
국회 게시판에 올라 130만명이 동의했다는 청원은 탄핵을 검토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려면 ▷헌법 65조에 따라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해야 하고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라 그 정도가 공직자 파면을 정당화할 만큼 중대해야 한다. 청원자가 주장한 탄핵 사유 5가지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2020년 3월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원과 탄핵 청원 반대 청원이 충돌했을 때 심사하지 않고 폐기한 전례도 있다. 이번에도 전례에 따랐어야 했다.
민주당은 탄핵 요건도 될 수 없고, 사실로 확정되지도 않은 청원을 명분 삼아 청문회를 열려고 한다. 국회를 여야 간 전쟁터로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민주당은 이번 청문회에 역풍이 불더라도 대통령 탄핵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탄핵을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할 집단이다.
당장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 처리 일정과 맞물려 있어서다. 이 전 대표 부부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검찰 소환 통보를 받았다. 이 전 대표의 4개 재판 가운데 위증교사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10월 초 1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지지층을 결집해 대통령 탄핵에 열을 올려 이 전 대표 사법 처리에 맞불을 놓겠다는 발상이다.
탄핵은 권력자의 위법 행위를 제어하는 게 근본 목적이다. 의회 다수파가 소수파인 권력자를 정치적으로 매장시키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도 민주당만큼 한심하다. 당의 혁신과 변화를 주도해야 할 전당대회가 후보 간 진흙탕 싸움으로 빠져들었다. 야당의 탄핵 주장에 제대로 반박도 못하면서 집안싸움에 골몰하고 있다. 친윤과 비윤을 둘러싼 당내 갈등과 분열로 전당대회 이후 당의 분열까지 우려되고 있다.
거대 야당의 탄핵 공세가 어디까지 조여올지 가늠하기 힘들다. 108명 의원들이 똘똘 뭉쳐도 탄핵 공세를 버티지 쉽지 않다. 적전 분열은 공멸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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