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선표 진명복지재단 대표이사 "종사자 처우·입소자 편의 더 단단해지는 20년으로"

창립 20주년 기념 인터뷰
희귀병 앓는 동생 통해 복지 관심…美 등 선진국 노인복지시설 견학
대구 첫 경증 치매 기억학교 개소…내 부모 모실 수 있는 시설로 운영

진명복지재단 김선표 대표이사.
진명복지재단 김선표 대표이사.

'부자가 되고 싶다' 한 소년은 꿈이 있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으며 자연스레 자라난 소망이다. 그리고 그 소년은 검정고시학원장이 됐고, 과외금지 규제가 완화되던 시기와 맞물려 큰 성공을 하게 된다. 생각보다 빨리 꿈을 이루게 되자 어른이 된 소년은 한번 더 생각한다.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렇게 탄생한 진명노인복지재단이 올해 20주년을 맞이한다. 어린 소년이었던 김선표 대표 이사는 말한다. "관절 희귀병을 앓는 동생을 보며 노인학에 관심을 가졌고, 노인들을 위한 복지재단을 세웠습니다. 지나온 20년이 성장하는 시기였다면, 앞으로의 20년은 종사자들의 처우나 입소자들의 편의가 조금더 단단해지는 나날로 만들어가려 합니다"

-복지재단을 열게 된 사연이 남다른 것 같다.

▶2004년 미국으로 공부를 하러 간 동생에게 관절 희귀병이 발병했다. 이에 동생은 노인들과 함께 병원살이를 하게 됐는데 그때 노인들을 보고 느낀 게 많았던 모양이다. 그렇게 선진 노인복지를 몸소 체험한 동생의 말을 듣고 나도 곧장 미국으로 갔다. 미국 이외 복지 선진국들을 여러곳 다니며 많이 보고 배웠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 노인복지시설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됐다. 사실 학원가에서 성공했다보니 동생이 아니었다면 학교 쪽으로 의미 있는 일들을 했을 지도 모른다.

-그 당시 한국은 노인 문제가 크게 심각하지 않았었나

▶스물스물 올라오던 시기라고 보면 되겠다. 실제 한국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이 2008년 첫 도입됐다. 노인성 질환이 생기면 해당 보험으로 정부에서 지원을 해 주는 제도 말이다. 그러면서 노인 시설이 많이 생겨나게 됐다. 그보다는 조금 일찍 진명복지재단은 20평 작은 사무실에서 가정봉사원파견사업으로 시작했다. 직원도 30명 정도. 지금은 14개 시설과 430여명 종사원으로 확대됐다.

-그래서인지 '전국 최초' 사업 타이틀도 많더라.

▶독거어르신 요보호대상자 방문조사를 처음으로 했다. 노인이 늘어나는 시기이고 하니 외국 사례들을 보고 와서 국내에 적용을 하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또한 정부에서 정책들이 만들어지면 최초로 도전을 많이 했었다. 시설 보다는 가족, 가정같은 분위기의 '소교모 다기능 복합 노인요양시설' 도입도 최초다. 병원같은 곳이 아닌, 소규모 노인들에게 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대구에서 기억학교도 최초로 했다. 경증 치매 어르신들을 돌보며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는 시설이다.

진명복지재단 김선표 대표이사.
진명복지재단 김선표 대표이사.

-그런 진명복지재단이 2년 전부터 다른 복지 사업으로 넓혀가던데.

▶정부에 위탁 받은 범물종합복지관을 운영하고 있다. 노인 복지관이 노인을 위한 여가시설·프로그램만 갖췄다면 종합은 여성, 외국인, 장애인 즉 복지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총체적 복지관인 것이다. 어르신들을 위한 예우에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 즉 어린아이들이 잘 클 수 있도록 또한 돕고 싶다.

또 하나 말씀 드리고 싶은게 종사자들의 처우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고 있다. 복지시설 종사원들은 높은 노동 강도에 비해 처우가 매우 안좋다. 정부 지원도 그렇지만 자체적으로도 항상 이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노력하는 편이다. 또한 어르신들을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해드릴 수 있을지도 고민한다.

그런 고민들 덕분인지 우리 시설에는 항상 대기자들이 많다. 감사하면서도 죄송하다. 내 부모도 모실 수 있는 곳을 만들자라는게 나의 신조다. 실제 93세 나의 노모도 우리 기관 한 곳에 입소 중인데. 내 부모를 모실 수 없는 시설을 운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현 대한민국의 노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책, 시설 등도 중요하지만 어르신들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의 노고 덕분에 우리나라가 이 만큼 성장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OECD 노인빈곤이 가장 높은 나라가 우리나라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을 예우할 차례다. 국가가 노인을 돌봐야 된다. 이것은 무조건적인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우리 진명복지재단은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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