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론(異論) 용납 않는 민주당, 당원 정치의 비극

더불어민주당의 당원 참여 정치가 당내 민주주의 말살(抹殺)로 이어지고 있다. 자신들의 뜻을 거스르면 문자 테러를 가해 정치적 의도를 관철시키는 데 스스럼이 없다. 다양성이 고사(枯死)할 수밖에 없는 정당으로 가고 있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표적이 됐다. 당론으로 채택한 '검사 탄핵 소추안'에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기권 표를 던진 탓이다. 그러자 "네 장인이 검사들한테 시달리다가 그리 된 것을 모르느냐. 사위라고 공천해 준 우리 잘못이 크다"는 말이 비판적 조언이랍시고 나왔다. 상대를 조롱하기 위해 모멸적 표현을 일삼는 극성 유튜버와 다를 바 없다.

결국 곽 의원은 10일 원내 부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민주당이 그에게 '주의' 조치 징계를 내리면서 "곽 의원이 당론 채택 여부를 확실히 인지하지 못했을 뿐 검찰 개혁에 대한 충정이 변함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소신(所信)'이 '몰라서 저지른 실수'로 일주일여 만에 바뀐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지금 민주당을 보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 돌아온다 해도 친명 당원의 등쌀에 못 이겨 쫓겨나지 않을까 생각된다"는 비판이 부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견제음을 용납 않는 풍토는 고착된 지 오래다. 비명계 인사에게 전당대회 불출마 압박 문자 폭탄을 날린다.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이들은 누가 더 '찐명'인지 입증하듯 상찬(賞讚)을 늘어놓는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이 분위기에서 이재명 전 대표와 붙으라고 그러면 '너 약간 돌았냐' 이 소리밖에 더 듣겠느냐"고 한 건 적확(的確)한 현실 파악이다.

진일보한 정치 형태라 자평한 당원 정치의 비극이다. 이재명 일극 체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반동(反動)으로 낙인찍힌다. 이 전 대표마저 SNS에 "전화·문자를 그만 좀. 시도 때도 없는 전화·문자는 응원 격려가 아닌 고통을 주는 것"이라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극성 지지층과 거리를 두며 자신도 피해자라는 항변(抗辯)인데 통제 불능 상태라는 방증(傍證)으로 비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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