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예상대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1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凍結)했다. 지난해 2월부터 12차례 연속이자 최장기간 동결 기록이다. 일각에선 물가 안정세 등을 감안해 통화 완화, 즉 금리 인하에 대한 소수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기대했으나 아직은 시기상조(時機尙早)로 보인다. 그럼에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전원일치 의견으로 금리를 동결했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2명이 향후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이 총재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통화 긴축(緊縮)이 시작된 지 거의 3년 만에 한은이 처음 공식적으로 금리 인하 검토를 언급(言及)해 시장의 기대는 커졌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이 총재도 과도한 기대 심리에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금융 안정에 대한 고려가 커졌다"는 표현을 써서 수도권 집값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섣부른 기대가 대출 증가와 집값 상승을 부추겨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결국 오는 9월 시행 예정인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성패(成敗)가 통화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만약 정책이 성공해 가계대출과 집값 등이 안정된다면 이르면 10월쯤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수도 있다.
이 총재 발언 중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정부와의 거시 건전성 정책 공조가 굉장히 중요"라는 표현이다. 금통위원들이 모두 공감했다며 에둘러 말했으나 정부가 경기 부양을 목표로 유동성 공급이나 금리 인하를 압박(壓迫)해선 안 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금리 인하를 검토할 만큼 물가 상승세 둔화 등 여건이 무르익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이 총재의 말대로 한은과 정부가 호흡을 맞춘다면 고금리의 압박에서 풀려날 가능성은 그만큼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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