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젊은 관객을 중심으로 예술영화 붐이 일면서 예상 밖의 흥행작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20∼30대가 보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호하는 세대인 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런 자기 취향을 드러내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 주요 요인으로 거론된다.
13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누적 관객 수 18만명을 넘겨 올해 개봉한 예술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 됐다.
2차 세계대전 시기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옆에 사는 독일 장교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칸국제영화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등에서 트로피를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글레이저 감독이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고 작품 자체도 잔잔하게 흘러가는 편이라 영화계 내에서도 흥행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배급사인 찬란에서도 당초 5만 관객을 목표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극장에 걸린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도 개봉 열흘 만에 3만명을 동원하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는 중이다.
주연 배우 야쿠쇼 고지는 한국 관객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내한 행사까지 잡았다.
이 작품 역시 일본 도쿄 공중화장실 청소노동자의 일상을 그린 차분한 영화다.
이 밖에도 올해 나온 예술영화 중 '가여운 것들'(15만6천여명), '추락의 해부'(10만3천여명), '악마와의 토크쇼'(10만여 명), '로봇 드림'(4만7천여명),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4만5천여명), '프렌치 수프'(3만8천여명) 등이 선전했다. 지난해 개봉한 '괴물'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일본 작품으로는 역대 최다 관객 수인 53만여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예술영화 흥행의 중심에는 20∼30대의 젊은 관객이 자리 잡고 있다.
CGV 예매 시스템에 따르면 '괴물'의 관객 중 20대가 35%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8%로 뒤를 이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경우 20대가 30%, 30대가 39%였다.
'가여운 것들'(20대 30%·30대 34%,), '추락의 해부'(20대 33%·30대 35%), '악마와의 토크쇼'(20대 27%·30대 36%), '로봇 드림'(20대 29%·30대 36%) 등도 모두 비슷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6월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서 예술영화의 잇단 흥행을 언급하며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대에 예술영화 시장으로 젊은 관객층이 유입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읽을 수 있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OTT와 숏폼 콘텐츠가 떠오르고 영화산업은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젊은 세대의 예술영화 붐은 뜻밖의 현상이다.
다양한 요인이 거론되지만, 영화계에선 이른바 '힙한' 콘텐츠를 선호하는 젊은 층의 소비문화를 첫손에 꼽는다.
20∼30대가 SNS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세대라는 점이 예술영화 열풍에 영향을 끼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에서는 예술영화를 본 관객이 게시한 티켓이나 포스터 등 굿즈(팬 상품) 인증사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몇 년 전 젊은 층이 SNS에 전시나 오페라, 클래식 등을 즐기는 모습을 게시하기 시작하자 미술관과 공연장이 성황을 이룬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상업영화에서의 흐름과 비슷하게 예술영화 내에서도 '흥행 쏠림'이 뚜렷하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유명 국제영화제나 시상식에서 조명된 외화는 흥행에 성공하지만, 한국 독립영화는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례로 배우 조현철이 연출한 영화 '너와 나'는 실 관람객의 호평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4만 관객을 채 넘기지 못했다. 업계에선 이마저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어른 김장하'(2만7천여 명), '비밀의 언덕'(1만6천여 명), '괴인'·'드림팰리스'·'막걸리가 알려줄거야'(각각 1만2천여 명) 등도 작품성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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