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양팔 없는 왼발 박사' 이범식, 서울~경산 400㎞ '도보 종주' 나선 이유는

대구경북 통합과 수도권 비해 열악한 지방 장애인 복지 향상 위해 도전
"저의 도전 통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과 따뜻한 세상 만들기에 토대가 되길"

감전사고로 양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어 오른 발에 의족을 한 이범식 박사가 서울~경산까지 400km 도보 종주를 위해 경산 남매지에서 걷기 훈련을 하고 있다. 김진만 기자
감전사고로 양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어 오른 발에 의족을 한 이범식 박사가 서울~경산까지 400km 도보 종주를 위해 경산 남매지에서 걷기 훈련을 하고 있다. 김진만 기자

22살 때 고압 감전사고로 양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은 최중증장애인으로,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47살 늦깎이로 대학에 입학해 10년 만에 박사학위를 얻어 대학 강단에 선 이범식(59·경북 경산) 씨(매일신문 2021년 2월 17일 보도)가 이번에는 서울~경산까지 약 400㎞ 전국 도보 종주에 나선다.

이범식 박사의 별명은 '양팔없는 왼발박사'다. 사지 가운데 왼발만 성하다. 오른발은 의족을 착용한다. 정상인들에 비해 몸의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다.

그가 1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전국 도보 종주를 시작한다. 광화문에서 출발해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의사당을 거쳐 경기도 성남~이천~충북 음성~괴산~경북 문경~예천~안동 경북도청~의성~군위~대구~경산까지 약 400㎞를 40여 일 간 홀로 걷는다.

이 박사가 힘든 도전을 하면서 내건 메시지는 '대구경북 통합'과 '지방 장애인 복지 향상'이다.

그는 "지금까지 삶의 목표는 개인의 성장이었지만, 개인적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장애인의 재활 환경이나 복지가 수도권에 비해 지방에서는 많이 열악하다는 것을 절감한다"고 했다.

이 박사는 "이런 계기로 대구경북의 통합을 염원하게 됐다"며 "대구경북이 500만 인구를 갖춘 메가시티가 되면 재정규모도 커지고 지방분권으로 지역에 맞는 촘촘한 복지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장애인의 기회가 확대되고 삶의 질도 향상할 것이라 생각해 이번 도보 종주에 도전했다"고 강조했다.

감전사고로 양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어 오른 발 의족을 착용하는 이범식 박사가 서울~경산까지 400km 도보 종주에 앞서 자신의 몸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김진만 기자
감전사고로 양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어 오른 발 의족을 착용하는 이범식 박사가 서울~경산까지 400km 도보 종주에 앞서 자신의 몸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김진만 기자

그는 산업재해의 심각성을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산업재해 장애인으로, 자신의 한 걸음 한 걸음을 통해 산업재해의 심각성과 지방 장애인들의 소외된 상황을 알리고 개선을 위한 사회 변화의 밑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애인들에게는 도전에 대한 용기와 인내,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고 이번 종주의 취지를 말했다.

이 박사는 1년 6개월 전부터 하루 3시간 이상 22㎞ 정도 걷기와 근력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길러 왔다. 또 절단된 환부와 의족이 닿는 부분의 고통을 최소화할 적응훈련까지 이어왔다. 40여 분쯤 걷고, 10~20분쯤 쉬면서 의족의 열을 식히는 식으로 하루 15~20㎞씩 걸을 계획이다.

간경화증으로 투병 중인 아내 김봉덕(57) 씨도 동행한다. 김 씨는 남편이 홀로 걷는 동안 택시와 대중교통을 타고 미리 이동해 식당과 숙소를 잡아주고, 양팔이 없는 남편이 할 수 없는 용변 등 생리현상의 뒤처리나 목욕·빨래, 비상 사태 대응 등 지원군 역할을 할 예정이다.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강조한 이 박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왼발박사'에서 도보 종주 현황을 직접 중계한다. 이동 구간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사들도 틈틈이 종주에 동참할 예정이다.

"저의 도전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됐으면 합니다. 제2, 제3의 이범식이 나오지 않고 저처럼 힘든 삶을 살지 않아도 되는 환경, 각자 자신의 꿈을 펼치고 삶의 가치를 존중받으며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모두가 함께하는 따뜻한 세상 만들기의 토대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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