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모든 순간이 빛을 내는 여름, 가족 이야기

모두 가족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가족 이야기 예사 취급
서로의 마음 위로하며 함께 성장하는 가족들의 모습 담아

가족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가족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가족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 가족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늘 예사로 취급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족과 만나고, 관계를 맺고, 때로는 이별하는 각각의 에피소드 속에서 성장합니다. 가족 이야기는 이렇게 각자의 속도로, 서로의 리듬으로, 한 뼘씩 만들어집니다. 매일의 일상 속에서 함께 배우고 발견하고 깨달으며 어느새 '되어가는' 것이지요. 오늘은 함께 울고 웃으며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며 성장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담은 책을 소개합니다. 철부지 '료타'는 어떻게 아버지가 되어가는지, '제규'는 요리를 통해 자기 궤도를 찾을 수 있을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보통의 존재, 남겨진 자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다

'걸어도 걸어도'의 표지.

'걸어도 걸어도'(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는 십오 년 전 세상을 떠난 장남의 기일을 맞아 온 가족이 모인 하루를 담아낸 이야기입니다. 죽은 뒤에 해마다 가족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장남의 존재감과 이제는 은퇴한 아버지의 실속 없는 위엄, 여전히 철부지인 차남이 모이는 그야말로 역설의 현장입니다. 중편소설 '걸어도 걸어도'는 대학 시절 문학을 전공한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작가 자신의 자화상을 입힌 결과물이니만큼 소설 낱장의 장면 장면이 손에 잡힐 듯 생기 있게 전해집니다. 가족 간의 결코 쉽지 않은 소통과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연결의 욕구를 그려낸 작가는 2008년에 동명의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십오 년 전 여름, 바다를 찾은 장남 준페이는 물에 빠진 소년을 구하다 목숨을 잃습니다. 매년 같은 날 준페이의 동생인 료타와 지나미는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내려와 제사를 올립니다. 이 가족에게 준페이의 기일은 명절보다 중요한 날이 됩니다. 올해 기일에는 준페이가 목숨을 구해 준 요시오와, 결혼을 앞둔 료타의 예비 아내와 그녀의 아들 아쓰시, 지나미의 남편과 아이들까지 모두 찾아 준 덕분에 집이 꽤 북적이고 다복해 보입니다. 그런데 "어머니나 아버지 입장에서는 형이 죽고 없는 시점에서 이미 가족이 모두 모인 적은 없었"던 것 같다는 료타의 말처럼 외로운 기운이 집 한편에 감돕니다.

소설에는 '보통'이라는 단어가 입버릇처럼 많이 나옵니다. 인물들이 "다들 보통, 보통 거리"라고 말하는 이유는 홀로 특별하기보다는 모두와 마찬가지인 편이 위로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족들은 이런저런 일들을 "모양새와 상대를 조금씩 바꿔 가면서 반복"하는 전통을 이어갑니다. 료타의 말처럼 "언제나, 한발씩 늦"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시차를 두고 꼭 같은 자리에 도달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소설을 읽고 영화에는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 궤도에서 벗어났다고? 아니요, 성장하는 중입니다

'소년의 레시피'의 표지.

인구 30만의 소도시 군산에 네 가족이 삽니다. 아빠, 엄마, 고등학생 큰아들, 늦둥이 막내아들. 큰아들 제규는 일반 고등학교에 다닙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날마다 해야 하는 야간자율학습, 두 달 반 동안 고민한 제규는 담임 선생님을 찾아갑니다. 정규 수업 끝나면 집에 가서 밥을 하고 싶다는 이유였습니다. 그 뒤, 학교에서 돌아온 제규는 저녁마다 식구들이 먹을 밥을 짓습니다. 꼼꼼하게 장을 보고, 레시피 노트를 쓰고, 어느덧 자격증을 따려 공부도 합니다. 제규의 꿈은 테이블 서너 개짜리 작은 식당을 차리는 것입니다.

'소년의 레시피'(배지영 지음)는 입시 공부 바깥에서 자기만의 삶을 찾아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그 과정을 엄마가 관찰하고 기록한 것이지요. 제규가 요리하는 것은 단순히 제규 혼자만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제규가 요리를 함으로써 가족 안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가족들은 하나가 됩니다. 매일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함께 만들어 가는 요리란 '같이 밥 먹는 사람들', 즉 식구를 단단하게 묶어주고 불안한 미래를 견디게 해주는 행복 레시피이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책 속 프롤로그에서 "고등학생이 된 제규는 스스로 궤도 이탈자가 되었다. 본 적 없는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해야 할' 학교 공부 대신에 '하고 싶은' 요리를 했다. 뭔가가 되지 않았어도, 그 과정은 근사했다. 밥 짓는 소년을 글로 쓴 이유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기 삶을 위해,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먹으며 살고 있을까요? 이 책은, 행복을 위해 제 삶을 스스로 요리하고 싶어 하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따뜻한 밥 한 끼 같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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