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한 칼날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진다고 했던가. 학문도, 기술도 무엇이든 갈고닦지 않으면 실력이 줄어들게 된다. 특히 모든 게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대구시교육청은 교사들의 수업 전문성을 높이고 시대 흐름에 따른 수업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2014년부터 '교사전문학습공동체(이하 전학공)'를 운영하고 있다. 전학공은 매년 초 학교 내 교사 3~10여 명이 팀을 꾸려 '수업연구-수업나눔-수업성찰'을 실천하는 교사들의 자발적 모임이다. 시교육청 조사 결과, 지난해 전학공에 참여한 교사 10명 중 7명이 '전학공을 통해 수업 변화와 성장 효과가 있었다'고 답해 교사들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현장에서 동료 교사들과 배움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초등학교 전학공 세 팀을 살펴봤다.
◆봉덕초, 저연차 교사 성장의 디딤돌
신규 교사나 저연차 교사들의 경우 아직 경험이 부족한 탓에 교육 현장이 낯설고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 수업 계획은 어떻게 세워야 할지, 학생 생활 지도는 어떻게 해야 할지, 행정 업무는 어떻게 처리해나갈지…. 하나부터 열까지 어려운 일 투성이다.
대구 봉덕초 교사들은 전학공을 만들어 저연차 교사들이 혼자 알기 힘든 부분들을 선배 교사에게 배우며 습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저연차 교사를 포함해 다양한 연차의 교사 5명이 한 팀을 이뤄 '학생 주도형 수업을 위한 교육과정'을 주제로 3년 동안 전학공을 운영해왔다. 수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많은 수석교사가 주로 공동체의 멘토가 된다.
봉덕초 교사들이 전학공을 시작한 첫해인 지난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저연차 교사들이 다른 반 또는 다른 학교 수업을 참관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 전학공은 저연차 교사들이 고연차 교사들의 수업 진행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
저연차 교사들은 모임에서 선배들이 알려준 교육과정을 토대로 자신의 반 학생들의 학습 수준에 맞춰 수업 내용을 재구성했다. 이후 수업에 실제로 적용, 또다시 전학공 수석교사 및 팀원들과 내용을 공유하며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저연차 교사들은 수업 관련 지식뿐만 아니라 선배 교사들의 가치관, 교육 철학 등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고 오랜 기간 쌓아온 이른바 '교직 꿀팁'들도 익힐 수 있었다.
봉덕초에서 3년 동안 전학공에 참여한 김현영 교사는 올해 대남초로 전입한 후 해당 학교의 교사 3명과 또다시 전학공을 운영하고 있다.
김 교사는 "몇 년 전만 해도 신규 교사의 티를 벗지 못한 저연차 교사였는데 전학공 덕분에 많이 성장한 것 같다"며 "동료 교사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다양한 교육적 역량을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천초, 특색있는 수업 함께 연구
대구 대천초는 2021년부터 4년째 학년별로 한명 이상의 교사들이 참여하는 전학공을 운영하고 있다. 교사들은 '다 같이 성장하자'는 모토로 자발적으로 참여해 '수업혁신'을 주제로 주 1회 다양한 논의를 진행한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내용 중 하나는 '에듀테크(Edutech)'다. 에듀테크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교육 분야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교육 방식을 뜻한다. 특히 내년부터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전면 도입을 앞두고 교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대천초 교사들도 학생들의 특성, 흥미에 맞춘 에듀테크를 교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있다.
또 대천초는 지난 2022년 환경교육 실천 역량을 높이기 위한 '생태전환교육 실천학교'로 지정돼 학교별 특성이 반영된 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했다. 이때도 교사들이 전학공을 통해 학년별 수준에 맞는 다양한 환경 프로그램을 구성해 운영할 수 있었다.
환경 프로젝트에 참여한 6학년 이선경 교사는 "다른 학년 교사들과 심도 있게 환경 프로젝트를 논의하다 보니 교사들도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졌다"며 "수업혁신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고 함께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대실초, 예비 교사들 양성에 온 힘
대구 대실초는 지난해부터 대구교대 대용부설학교로 지정돼 예비 교사들을 위한 실습의 장으로 활용돼 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교육실습생들에게는 지도교사가 배정되는데 각 지도교사들은 실습생들의 수업지도, 학급경영 지도, 실습 평가 등의 업무를 진행한다. 지도교사의 실습 계획이나 업무 능력에 따라 교육실습생들이 학교 현장에서 습득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은 천양지차다.
이에 따라 대실초 교사들은 교육실습생들이 실습 기간 동안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도교사가 팀 리더가 되어 전학공을 운영한다. 지도교사와 비지도교사가 모두 참여해 실습 커리큘럼이나 수업 참관, 시범수업 방안 등을 함께 논의한다.
지도교사들은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교육실습생들을 교육·관리하고 그 결과를 다시 공유해 효과적인 실습 방안을 찾는 과정을 반복한다. 또 교육실습생들이 작성한 수업 지도안에 피드백을 주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기도 한다.
대실초 교사들이 전학공을 통해 실습 과정을 꾸준히 연구한 덕분에 지난 5월 27일부터 6월 21일까지 4주간 대구교대 교육실습생 36명이 무사히 수업 참관 및 실무 실습을 마칠 수 있었다.
이번 교육실습에 참여한 대구교대 4학년 한 학생은 "대실초 선생님들은 수업에 대한 전문성이 높아 배울 점이 많았다"며 "학생들의 사고를 확장하는 알찬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며 훗날 나도 더 나은 수업을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교사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배이화 대실초 교장은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연구 공동체 참여하며 수업 전문성을 향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며 "교육실습 대용부설학교로서 예비 교사 양성에도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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