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노동계 “로켓배송 하다 과로사” 쿠팡 규탄 기자회견

노동계 "故 정슬기씨, 로켓배송에 주 77시간 일…과로사"
"택배 기사 보호책, 쿠팡선 무력화…사회적 합의도 불참" 주장
쿠팡 "직고용 아니지만 처우 개선 노력…노조, 죽음 악용"

15일 오전
15일 오전 '쿠팡 규탄 대구경북지역 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제공

지역 노동계가 공동기자회견에서 쿠팡의 로켓배송 근무 구조가 과로사를 유발했다며 규탄하고, 사측에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택배 기사들의 과로를 방지하기 위한 각종 제도가 쿠팡에선 적용되지 않는다며, 정부에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택배노조 대구경북지부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를 비롯한 지역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15일 오전 10시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쿠팡 규탄 대구경북지역 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쿠팡 로켓배송 기사로 근무하다 지난 5월 28일 숨진 고(故)정슬기 씨를 추모하는 한편, 정씨가 로켓배송의 과중한 업무 부담 구조에 짓눌려 과로사했다고 주장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정씨의 사인은 과로사의 대표적 증상인 뇌심혈관질환(심실세동-심근경색의증)이었다. 정씨는 사망한 주에 주 6일 63시간을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인이 새벽 배송을 했기 때문에, 산업재해 판단 기준에 따라 야간 할증(30% 가산)을 적용해 노동시간을 사실상 77시간 24분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정훈 택배노조 대구경북지부 CJ경주지회장은 기자회견문 낭독 중 "고인의 죽음은 명백한 과로사이고,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이 낳은 사회적 타살"이라며 "원청인 쿠팡CLS는 업무카톡방에서 배송마감시간을 지킬 것을 거세게 압박했고, 고인은 '개처럼 뛰고 있다'고 답글을 달았다.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실제로 정씨는 평소 가족들에게 "오전 7시까지 배송 못하면 그만둬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배송 물량이 급격히 늘어난 지난 4월부터는 배송 시한을 지키기 위해 배송지원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 주최 측은 쿠팡이 유족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 측은 2020년부터 쿠팡에서 근무하다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정씨를 포함해 총 9명이라 보고 있다.

정부에는 제도적 허점을 보완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2021년 택배노동자 집단 과로사 사태 이후 택배현장에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 적용돼 택배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성을 보장하고 사측의 압박을 줄일 수 있었는데, 쿠팡은 계약서상 합의로 법을 무력화시키고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게 주최 측 주장이다.

원경욱 택배노조 대구경북지부장은 "생활물류법 외에도 국토교통부가 제정한 택배산업자 표준계약서가 있다. 택배 기사의 분류작업 배제, 사회보험 가입, 주 60시간 준수라는 사회적 합의에 쿠팡CLS를 제외한 모든 택배사가 참여하고 있다"며 "쿠팡은 이제라도 택배 노동자 목숨을 담보로 하는 로켓배송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우리는 로켓의 연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쿠팡은 택배 기사의 업무 부담 수준 등을 결정하는 계약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나, 처우 개선을 위해 간접적으로라도 지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를 향해서는 '악의적 공세'라며 비판을 일축했다.

쿠팡 관계자는 "개인사업자인 택배 기사의 업무시간과 업무량은 전문배송업체와 택배기사의 협의에 따라 결정되며, 쿠팡CLS는 업체에 국토부 표준계약서를 기준으로 택배 기사들의 업무량을 관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은 택배 기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악용하고 있다"고 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