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문경 상주 농공단지 '깜깜이 공장'에 일감 뺏기는 지역업체들 한숨

주소만 농공단지 입주 사실상 외지에서 물품 생산, 장기간 문 걸어 잠그고 근무자도 없는 유령창고 수준,
문경시 직접생산 확인하지 않았는데도 일감 몰아줘.. 상주시도 깜깜이 공장과 계약, 외지 생산업체에 지역자금 역외유출 지적

상주의 한 농공단지에 있는 B업체. 창고처럼 문이 자물통으로 굳게 잠겨 있고 창문마다 불법오락실처럼 짙은 썬팅을 해놓아 깜깜이 상태였다. 고도현 기자
상주의 한 농공단지에 있는 B업체. 창고처럼 문이 자물통으로 굳게 잠겨 있고 창문마다 불법오락실처럼 짙은 썬팅을 해놓아 깜깜이 상태였다. 고도현 기자
문경의 한 농공단지에 주소가 등록된 A업체. 평일인데도 일반 창고처럼 자물통으로 굳게 잠겨 있다. 고도현 기자
문경의 한 농공단지에 주소가 등록된 A업체. 평일인데도 일반 창고처럼 자물통으로 굳게 잠겨 있다. 고도현 기자

최근 경북 문경·상주 지역 농공단지에 깜깜이 페이퍼(?) 공장이 입주해 순수 지역업체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업체들에 따르면 외지 업체들의 이 같은 깜깜이 공장은 농공단지에 입주해 제품을 직접 생산한다고 하면 지방계약법상 계약금 한도가 없는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깜깜이 공장은 장기간 문을 걸어 잠그고 근무자도 없는 유령 창고 수준으로, 얼핏 회사가 망해 문을 닫은 것처럼 보인다. 지역 업체들은 사실상 제품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도 지자체는 농공단지에 주소지만 등록했다는 이유로 지역업체로 간주해 외지에서 생산되는 관급 자재를 한도 없는 수의계약으로 구입해주고 일감도 몰아주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지역자금이 역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실태조사가 요구된다.

지방계약법에 따르면 농공단지에 입주한 공장이 직접 생산·제조한 물품의 경우에만 금액에 상관 없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수십억원대의 물품 구매도 1인 견적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기자가 최근 반복적으로 찾은 문경의 한 농공단지에 주소가 등록된 A업체는 마치 창고처럼 자물통으로 굳게 잠긴 채 공장 가동 흔적을 찾아볼수 없었다.

근무자도 없었고 안을 들여다볼수 있는 유리창이나 빈틈이 전혀 없어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깜깜이 상태였다.

현장에서 만난 인근 업체 관계자는 "A업체는 사무실은 원래 없고 근무하는 직원들도 없다"며 "물품이 나가는 것은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A업체는 외지에 본사와 생산공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지난 5년간 문경시와 69건,약 18억원이 넘는 수의 및 조달계약을 체결했다.

문경 농공단지에는 A업체와 동일품목을 직접 생산하며 지역민 1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

이외에도 문경시가 외지 농공단지 입주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사례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확인돼 지역 업체의 불만을 사고 있다.

기자가 평일날 찾은 상주의 한 농공단지에 있는 B업체 역시 굳게 잠겨 있었으며 창문마다 불법오락실처럼 짙은 썬팅을 해놓아 A업체와 똑같은 깜깜이 상태였다.

인근 업체들은 B업체가 오래 전부터 사람 왕래 없이 방치돼 있어 사정이 좋지 않아 문을 닫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만 상주시와 1억원에 가까운 2인 견적 수의 계약 및 조달계약 등을 체결했다.

문경·상주 지역업체들은"우리 지역에 직접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은 업체에 대해 실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지역업체를 배려해야 할 해당 지자체가 외지에서 생산한 물품을 구입하는 걸 의미한다"며 "외지업체들의 농단에 지역 공무원들까지 이용당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하소연 했다.

이에 대해 문경·상주시 관계자는 "A·B업체가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발급받은 '직접생산확인증명서'를 제출해 이를 근거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며 "증명서의 신뢰성에 의문이 가는 만큼 주요 품목에 대해서는 별도로 실태조사를 벌여 지역업체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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