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농협중앙회 사무실에서 지난 8일 만난 여영현 상호금융대표이사는 시종 활기차고 푸근함이 느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989년 입사한 이래 33년을 '농협맨'으로 일한 그는 올해 3월 상호금융대표이사로 컴백했다. 여 대표이사는 조직 내 상호금융투자부장, 상호금융자산전략본부장을 역임할 정도로 자산 운용과 투자 금융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상호금융대표이사 취임 때 현장에서 직원들과 쪽지로 즉문즉답을 주고받는 등 소통 잘하는 리더로 유명하다.
경북 고령 출신에 대구 달성고, 경북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농협 경북본부장을 지낼 당시 농협에서 가장 큰 영광인 '총화상'을 수상하는 등 남다른 내공을 인정받고 있다. 취임 100여일을 맞은 여 대표이사는 "어려운 때 상호금융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 전반적인 경기 악화 속에서 연체율을 낮추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게 당면 과제"라면서 "직원들과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농협상호금융이 탄생한 배경과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농협상호금융은 농업인들이 조직한 협동조합을 통해 그 조합원들이 필요한 자금을 스스로 융통하는 상호부조적 금융을 뜻합니다. '농업인을 위한 금융 서비스'라고 할수 있죠.
농협상호금융은 과거 농촌에 가장 큰 고통이었던 고금리 농가부채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됐습니다. 보릿고개 때 쌀 한가마를 빌리면 추수 때 두세 가마를 갚는 식이었으니 농민들에게 큰 어려움이었죠. 1961년 시중은행인 '농업은행'과 경제사업 조직인 '농협'을 통합한 종합농협이 발족했습니다. 당시에도 농업인들이 자금을 융통하는데 어려움이 컸고, 고금리 사채 등에 시달린 탓에 상호금융 필요성이 대두됐습니다. 1969년 정부가 상호금융사업을 시범 도입했고, 이후 전 농축협에서 상호금융사업을 취급하면서 농촌지역 고리채 문제가 정리될수 있었습니다.
1980~1990년대에는 영농자금이나 정책자금을 농가에 연결해주는 '파이프라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로는 농민의 여유자금 운용을 통해 농가소득을 높이는데 기여했고, 농축협이 농민을 위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수익원 역할을 했습니다.
- 2012년 상호금융총본부를 상호금융대표이사 체제로 격상했는데, 현재 농협상호금융의 사업 규모는 어떻게 되나요?
▶농협상호금융은 올해 6월말 기준 전국 1천111개 농축협, 4천876개 본지점 운영을 통해 농어촌·산간 도서 등 금융 소외지역에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올해 6월 말 예수금과 대출금을 합한 금융자산은 796조원을 달성했습니다. 2018년 1월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예수금 300조원을 돌파했고, 올해 6월말 기준 예수금은 447조원 규모에 이릅니다. 이는 시중은행 및 타 상호금융기관에 비해 높은 예수금 잔액 규모이며, 국내 금융기관 중 최대입니다. 1969년 상호금융 업무를 시작한 이후 50여년 만에 이룬 성과로, 이제 농협상호금융은 지역사회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지역금융센터로 자리매김했다고 할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농협상호금융은 디지털 혁신을 통해 핀테크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2016년 농축협 대표 종합디지털플랫폼인 'NH콕뱅크'를 출시했으며, 2021년에는 상호금융업권 최초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7월 기준으로 NH콕뱅크 가입자 수는 1천200만 명,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자 수는 500만 명을 달성했습니다.
- 취임 100일이 지났습니다.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농협상호금융의 비전과 중점사업 분야는?
▶농협상호금융의 비전은 농축협의 수익센터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새로운 대한민국 금융리더로 발돋움 하는 것입니다.
농협상호금융은 '협동조합 금융'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농업·농촌과 지역을 대표하는 국내 최대 금융기관으로 성장해왔습니다. 앞으로는 상호금융특별회계 자산운용 능력을 높임으로써 농축협 수익센터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농축협 신용사업 경쟁력을 1금융권 수준으로 높여 초일류 금융기관으로 도약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한 전략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우선 상호금융특별회계 자산운용 전문성을 강화하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함으로써 추가정산 1조원 시대를 여는 것입니다. 아울러 연체채권 현장지원단 운영과 공동대출 사전검토제 도입을 통해 농축협의 여신 건전성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디지털금융 혁신과 규제완화 추진을 통해 농축협 지속성장을 위한 기반도 마련할 것입니다.
- 최근 어려운 금융시장 환경 속에서 상호금융특별회계 수익성 강화 전략은?
▶특별회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주식, 대체투자 등 고수익 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자금운용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계획입니다. 자산운용 교육체계를 수립하고, 외부 전문 인력을 영입하는 등 전문성 강화에도 힘쏟을 겁니다.
구체적으로, ▷특별회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위해 주식, 대체투자 등 고수익자산 비중을 확대하고, ▷자산 운용 인력풀을 관리해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주식, 대체 사모투자 관련 외부 전문가 영입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특별회계 신규 수익원 다변화 차원에서 구리, 금 등 원자재와 대만·인도 등 유망 국가 주식 신규 투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 국내주식 단기 트레이딩, 해외주식 직접 투자,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해외 신규 투자처 발굴에 힘 쏟을 계획입니다.
- 농협 경북지역본부장이던 2018년에 경북본부가 농협 내 가장 큰 상인 '총화상'을 받았습니다. 그 비결이 무엇인지?
▶농협에서 가장 큰 상인 총화상을 지역본부가 수상한 건 경북지역본부가 처음이었습니다. 2017년, 2018년 연속으로 1등을 했죠. 성과를 올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불어넣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수평적 조직환경, 수평적 리더십이 중요해요. 수직적 조직에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상하간 소통이 활발해야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 농협에서 일하시면서 가장 보람있던 기억과 힘들었던 기억은?
▶2011년 농협 울릉지부장 할 때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쓰나미 피해가 났을 때였어요. 울릉도에서 농민단체와 어울리고 주민들과 교감하던 일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힘들었던 기억은 크게 없습니다.
- 고향이 경북 고령이시고 경북대를 졸업하셨는데 지역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인생을 살아보니 당장은 불행해 보이는 일이 나중에 행운이 되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전화위복', '새옹지마'라는 말을 실감할 때가 많습니다. 힘들고 굴곡진 때도 있지만, 그게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고 실망하거나 지레 포기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후배들에게는 기회가 왔을 때 발탁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 늘 겸손하라는 당부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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