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에 비춰본 미국의 사회, 정치적 분열상

이춘근(국제정치학자)
이춘근(국제정치학자)

6월 27일 미국 바이든 현 대통령과의 대선 토론회에서 KO승을 거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 가능성이 현저하게 높아졌다. 민주당 진영에서는 바이든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바이든 본인과 측근들은 바이든을 대체할 민주당 후보는 없다며 완주를 고집하고 있던 중 놀라운 사건이 발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월 13일 토요일 오후 펜실베이니아주 선거 유세 중 암살범의 총에 피격을 당한 것이다.

언제라도 자신이 하나님의 후보임을 당당하게 말하기를 좋아했던 트럼프는 누가 보아도 신의 가호가 아니면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순간에서 건강하게 살아남았다. 문자 그대로 암살범의 총알은 단지 몇 밀리미터(㎜) 차이로 트럼프의 뒷머리를 관통하는 대신 그의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생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지만 즉사할 수도 있었던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트럼프의 상처를 치료한 의사도 기적이라고 말했고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이 상황을 신의 가호라고 믿는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한 백인 중년 여성은 폭스TV의 카메라 앞에서 "보이지 않는 분이 미국의 앞날을 지켜 주었다"고 언급했다.

이 심각한 사건은 당연히 미국 정치에 거대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2024년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우선 암살 사건 그 자체에 대해 심각한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바이든이 임명한 비밀경호국 국장의 무능함이 질타되고 있다. 경호의 실패라는 비판을 넘어 아예 경호 그 자체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더 나아가 도무지 트럼프를 멈출 수 없는 현 집권당인 민주당과 그 지지 세력이 암살의 배후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온갖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트럼프 측의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은 트럼프가 기적적으로 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헛소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자작극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미국 정치의 극단적 분열과 대립 현상이 트럼프 암살 기도 사건의 배경이라는 점이다. 과거 미국 정치에도 암살 사건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그 사건들은 비정상적인 개인들 혹은 소수의 반대자들이 저지른 반사회적인 범죄로 치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미국 사회 및 정치의 분열과 대립상은 그 정도가 지나치다. 미국인들은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전통적 기반을 구성하는 요소를 세 가지 C라고 말하는데 3C란 Christianity(기독교 정신), Constitution(헌법, 즉 민주적 법치주의), Capitalism(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을 의미한다. 물론 이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존재했지만 그동안 3C는 거부할 수 없는 미국의 대세(大勢)였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세계의 패권국이 되어 소련이 주도하는 공산주의 세력과 대결을 벌였던 냉전시대(1945~1989년) 동안 소멸되지 않고 근근이 살아남았던 미국의 전통사상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국제 공산주의가 소멸된 1990년 이후부터 적극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변형된 공산주의, 즉 문화 맑시즘(Cultural Marxism)으로 무장한 이들은 자신들을 WOKE(깨어난 사람들)라고 부르며 미국 사회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들의 영향력과 장악력이 최대한에 이른 시기의 미국을 의미한다. 이들 중 한 극단은 미국을 세계를 지배하는 악의 화신으로 보고 미국 사회를 해체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성애, 남녀 성전환에 대한 극단적 관대함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넘어서서 궁극적으로 미국 사회를 지탱하던 근간인 가족과 공동체를 해체하는 방안이 되고 말았다. 현 집권당인 민주당은 남부 국경을 개방한 것은 물론 미국 국적자 외에는 투표할 수 없다는 공화당의 법안에 민주당 하원의원 단 5명만이 찬성할 정도로 미국 파괴가 진행되고 있다.

2024년 3월 31일은 부활절이었다. 성탄절과 더불어 최대의 기독교 명절인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성전환자의 날'(Transgender Day)로 선포했다. 비록 숫자가 줄고 있다 해도 미국 인구의 약 3분의 2가 기독교 신자다. 바이든의 조치에 이들은 분노했다. 역시 분노한 트럼프는 금년 대선일 11월 5일을 '기독교도의 날'(Christian Day)로 선포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암살 시도는 미국의 전통을 수호하려는 세력과 그런 미국을 해체하려는 세력의 극단적 대결을 표현하지만 미국 수호 세력에게 결정적 승기(勝機)를 제공한 사건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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