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오늘(19일)부터 당대표 선출을 위한 투표에 들어간다. 모바일 투표, ARS투표 그리고 여론조사를 통해 7월 23일 전당대회에서 대표 및 지도부를 선출하게 된다. 초미의 관심은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동훈 후보가 1차에서 과반 이상의 득표로 당선되느냐, 7월 28일 결선투표로 가느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전당대회 이후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는 큰 얼개에 있어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후보 간 복잡하게 얽힌 감정의 대립과 힘겨루기라고 볼 수 있다. 한때 한동훈 후보는 윤 대통령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후배'였다. 그런데 22대 총선을 치르면서 이제는 불구대천의 관계로까지 악화되지 않았나 싶다.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롯해 수많은 조연들이 등장했고 드디어는 김건희 여사의 '문자'까지 등장했다.
현재 분위기로는 한동훈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 보인다. 문제는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현명하고 슬기롭게 2인3각의 콤비플레이를 할 수 있느냐다. 192석의 야당 더군다나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탄핵을 통한 조기 대선'으로 돌파하려는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에서 여권의 분열은 파멸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여권은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것 같다. 신흥강국이 치고 올라서려 하면 기존의 강국은 두려움에 빠지게 되고 결국 무력을 통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하버드대학의 그레이엄 엘리슨은 기원 전 5세기 스파르타와 아테네 간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바로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당시 세계 최강대국은 페르시아 제국이었다. 페르시아는 그리스를 누르려 했고, 이에 그리스의 폴리스(도시국가)들은 아테네를 중심으로 뭉쳐서 페르시아의 침공을 물리친다. 그런데 그 당시 그리스의 맹주는 다름 아닌 스파르타였다. 아테네가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자 스파르타의 속이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페르시아의 두 차례 침공을 막아낸 그리스는 드디어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30년 전쟁으로 결국 공멸의 길로 가게 된다.
국제정치나 국내정치나 사람들이 하는 행태는 비슷하다. 거대한 적 페르시아(문재인 정부)와 맞서 싸워서 5년 만의 정권탈환이라는 기적을 이뤄냈다. 그런데 기존의 패권국(윤석열 대통령)이 승리에 도취되어 멈칫거리자 신흥강국(한동훈 후보)이 치고 올라오는 모습이 연출된다. 그러자 기존의 패권국은 두려움에 빠진다. 또 주변의 측근들(펠로폰네소스 연맹)이 앞 다투어 신흥강국을 헐뜯는다. 결국 전쟁이다.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30년 전쟁', 누가 이겼을까. 펠로폰네소스 전쟁 자체는 스파르타가 승리했다. 하지만 승자 스파르타도 기진맥진했다. 그러자 멀찌감치 있던 테베가 그런 스파르타를 누르고 승자의 자리에 오른다. 후세 역사가들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그리스의 자살'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변방의 마케도니아가 테베를 포함해 그리스 전체를 정복하면서 그리스의 영광도 끝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도 마찬가지다. 한동훈 후보가 대표가 되어도 걱정, 안되면 더 큰 걱정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동훈 후보가 압도적으로 앞서고는 있지만 모든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용산의 대통령실은 전당대회에 엄정 중립이라고 강조하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국 이번 전대는 현재의 권력과 미래의 권력이 맞부딪히는 현장이다.
한동훈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 2012년 '이명박 대통령-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재판이다. 당시는 좋게 말하면 건강한 긴장관계로 총선과 대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부갈등이 엄청나게 폭발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나 한 후보 모두 '대화와 타협'의 정치와는 거리가 있는 검사 출신이다. 또 한동훈 후보가 결선투표까지 가서 낙선하는 상황을 상정해보면 더욱 암담하다. 현재의 권력이 우격다짐으로 미래 권력의 싹을 밟았다는 뜻인데, 국민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레이엄 엘리슨의 분석에 따르면 역사상 16차례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있었다. 이중 12번은 전쟁으로, 나머지 4번은 평화로 마무리됐다. 4번의 경우는 기존의 강대국이 신흥강국을 인정해주면서 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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