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일 아침] 0.01%에 도전하는 ‘대통령 탄핵 국민청원’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 허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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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에서 대통령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그 직을 다하지 못한 경우가 5번 있다. 3·15부정선거에 항거한 4·19혁명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했고, 1961년 5·16 박정희 군사쿠데타로 물러난 윤보선 대통령,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의 저격으로 사망한 박정희 대통령, 1980년 5월 18일 전두환 쿠데타로 물러난 최규하 대통령, 그리고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가 인용되면서 물러났다.

과거 정치권 주도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은 탄핵을 주도했던 보수정당이 언청난 역풍을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 국정 농단 사태는 국민적 지지를 업고 탄핵이 인용되었다. 이런 과거 역사를 되짚어 보는 의도는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정권이 어떻게 심판받는지 의미를 되새기기 위함이다.

역사적 경험을 통해 탄핵은 정치적 파장이 큰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함부로 언급하기를 꺼려 왔다. 그런데 지금은 탄핵이라는 용어가 익숙한 단어가 되어 버렸다. 탄핵은 더 이상 정치적 용어가 아니다. 국민의 민도를 상징하는 용어가 되었다.

최근 우리는 대통령 탄핵 국민청원이라는 다소 생소한 경험을 하고 있다. 2024년 6월 2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이 10만5천300명의 동의를 받아 국민 동의 요건을 갖춰 소관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었다. 탄핵 국민청원은 7월 16일 현재 142만774명이 동의하고 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반대에 관한 청원'이 2024년 7월 10일 5만 명의 동의를 받아 소관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었다.

헌법 제26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청원에 대하여 심사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청원권을 보장하고 있다. 1961년 '청원법'이 11개 조문으로 제정되어 8번의 개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국회 청원제도는 국민동의청원과 의원소개청원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관심 있게 들여다본 것은 국민동의청원이다. 의원소개청원은 국회의원의 소개를 받아 제출하면 되지만, 국민동의청원은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를 통하여 30일 동안 5만 명의 국민의 동의를 받아 제출할 수 있다. 그만큼 국민적 관심을 받고 지지를 얻어야 가능한 방법이다.

1987년 6·10 민주항쟁 이후부터 현재까지 국회 청원 현황을 살펴보면, 13대 국회(1988~1992) 503건, 14대 534건, 15대 595건, 16대 765건, 17대 432건, 18대 272건, 19대 227건, 20대 207건, 21대 194건, 22대 17건이다. 국회 청원은 대부분이 '의원소개청원'이고 채택 건수 또한 21대 0건, 20대 4건, 19대 2건, 18대 3건, 17대 4건으로 채택률은 0.01% 수준이다.

그러나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 20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국민동의청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대 7건, 21대 110건, 22대 국회에서는 접수된 17건 중 13건이 국민동의청원이다. 역대 국회 국민청원 접수가 가장 많았던 16대 국회 대비 21대 국회 청원 접수 건수는 25%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국민동의청원 접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왜 국민들은 0.01% 가능성에 도전하는 걸까? 국민동의청원을 들여다보면 그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20대 국회에서 처음 등장한 국민동의청원 7건 중 3건이 텔레그램 n번방 관련 청원이다. 21대 국회에서는 전체 청원의 57%인 110건이 국민동의청원이다. 그중 79건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에 접수된 청원이다.

청원 내용은 독도 수호, 공공기관 민영화 금지,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여가부 폐지 반대, 윤석열 대통령 대장동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 김건희 주가 조작 특검 요청 등이다.

22대 국회에서는 국회에 접수된 13건의 국민동의청원 외에 30건의 국민동의청원이 진행 중이다. 그중 가장 많은 동의를 얻고 있는 것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및 민간인 출신 국방부장관 임명 요청에 관한 청원'이다. 7월 4일부터 8월 3일까지 국민 동의 기간을 진행하는 이 청원은 7월 16일 현재 4만5천302명의 동의를 받아 청원 접수 요건인 5만 명의 90% 동의를 받고 있어 접수 요건을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동의청원은 민심 표출의 새로운 흐름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당 시대를 관통하는 사회 이슈와 정치 현안 문제까지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국민은 0.01%에 도전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무시하거나 무관심해도 되는 민심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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