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일 아침] 히딩크 손흥민 같은 정치인이 나오려면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대한민국 축구는 그 어느 나라 축구팀보다도 인기가 많다. 한국 축구의 장점은 강한 체력, 조직력을 앞세운 강한 압박, 유럽 등 세계 무대에서 검증된 기량, 예상치 못한 창조적 축구,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강팀에 강한 경기력을 보이며 세계적 강팀들을 하나씩 무너뜨리는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다.

대한민국 축구가 탈바꿈한 것은 히딩크 감독 이후다. 히딩크 감독은 현재 기량보다는 잠재력에 초점을 두고, 11명의 팀 경기이기에 감독의 팀 전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선수를 선발했다. 그리고 선수 훈련은 단기적 성적보다는 대표로 선발된 선수들임에도 불구하고 기본 체력과 기초부터 충실히 시켰다. 그러다 보니 감독 초기 성적은 부진할 수밖에 없었지만 체계적 대표팀 만들기 리더십으로 일관했다.

히딩크 감독 이후 한국 축구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유소년 선수 육성 시스템, 조기 해외 진출, 연고주의 해체,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정신력을 강조하던 축구에서 선수별 맞춤형 기량을 키운 자율 축구로 바뀌었다. 그 결과 상황 대응력이 높아져 창조적 축구를 할 수 있는 훌륭한 선수가 많이 배출되었고 그중 한 명이 손흥민이다.

손흥민 선수가 대단한 것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골을 많이 넣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같은 골을 넣더라도 창조적이고 극적이다. 자기가 골을 넣겠다는 일념으로만 골을 넣은 것이 아니라 윙어로서 어시스트에 충실하여 다른 선수에게 최적의 기회를 만들어 주면서도 기회가 오면 골을 만들고야 마는 골 결정력 때문이다. 또한 관중이 있어야 프로축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누구보다 관중과 소통에 진심이다. 그뿐만 아니라 상대 팀을 배려하는 인성도 남다르다.

최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로 축구협회가 국민과 축구 팬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해 있다. 그러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축구협회를 들여다보겠다고 한다. 그럼 잘나가던 대한민국 축구에 왜 이러한 일이 벌어졌을까? 이는 기득권과 자기들의 능력에 대한 착각 때문이다. 현재의 대한민국 축구를 자신들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신들이 감독을 맡아도 앞으로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하고 미래 대한민국 축구의 성과까지 차지하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다행히 축구협회의 반동적 결정은 용기 있는 신세대 축구인들과 축구를 사랑하는 MZ세대 중심 팬들의 저항으로 중대한 전환점을 맞을 것 같다. 앞으로 축구협회가 어떻게 개혁해서 강팀을 만들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축구계 내 한 시대가 저문 것은 분명하다.

지금 우리 정치권은 3김 이후 등판한 586의 퇴진 요구가 큰 흐름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국민의힘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는 국민의힘에서 586세대 정치인이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강고한 세력을 갖고 있지 못한 반면, 더 큰 기득권과 특권을 가졌음에도 오직 그것을 지키는 것 이외의 정치를 보여 주지 못해서다. 그래서 2021년 전당대회에서 1985년생인 이준석이 대표가 되었다. 이번에도 1973년생인 한동훈의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분위기다. 반면 민주당은 586세대 내에서의 헤게모니 싸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양당은 기득권을 지키는 모양새가 비슷하다. 지금과 같이 밥 먹고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자신 세대가 다 만들었다거나, 우리 세대가 대한민국 민주화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현재 기득권을 정당화할 뿐만 아니라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미래 권력도 갖겠다는 모습이 그렇다. 너무나도 축구협회와 닮은 모습이다.

한동훈이 국민의힘 대표가 되면 586 퇴진이 더욱 빨라질 것이다. 물론 한 시대가 바뀌는 것은 긴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기득권 세력의 반동적 저항도 따른다. 그러나 히딩크 이후 손흥민 외 얼마나 많은 훌륭한 선수가 배출되고 있는가. 이를 감안하면 대한민국 정치도 바뀌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손흥민과 같은 정치인들이 많이 나올 수가 없다.

이준석이나 한동훈이 새 시대정신과 보수 정체성에 합당한지는 별건이다. 지금 현재 민심은 586세대의 정치가 스스로 혁신과 개혁을 통해 시대에 맞게끔 환골탈태를 하거나 그렇지 못하다면 이젠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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