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4년째 검토중?"…'물폭탄' 동촌유원지 제방 공사 첫삽도 못떠…피해 반복 우려

낙동강환경유역청, 제방 설치 위한 '실시설계 용역' 진행중
예타거치면 제방 공사 착공 시기 지연될 수도
"주민 안전 직결…조속히 진행돼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 10일 대구 동구 동촌유원지 일대가 금호강이 범람하며 침수돼 있다. 동촌유원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 10일 대구 동구 동촌유원지 일대가 금호강이 범람하며 침수돼 있다. 동촌유원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식당 운영 30년 만에 이런 광경은 처음본다"면서 "동구청에서 매년 임시 침수 방지 시설을 배급해 줬지만 올해는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성완 기자asw0727@imaeil.com

올해도 침수 피해를 입은 상습침수지역인 대구 동구 동촌유원지 일대 제방 설치가 시급한데도 조망 문제로 제방축조 방식에 대한 논의만 십수년째 반복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당국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쯤에는 제방 공사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인데 공기를 고려하면 당장 내년에도 침수 피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16일 낙동강유역환경청(이하 환경청)에 따르면 환경당국은 금호강 좌안(동촌유원지 방면) 아양교~해맞이다리 1.2㎞ 구간에 제방과 홍수방어벽 설치를 위한 '금호강 동촌·율하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 실시설계 용역'을 추진 중이다. 금호강 아양교∼화랑교 구간 우안은 지난 2010년 제방이 조성됐지만 좌안은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제방이 없다. 이런 상황은 지난 10일 오전 금호강 범람으로 동촌유원지 식당가 등 12개 건물 침수 피해로 직결됐다.

이곳 제방 축조가 추진된 것은 2010년이지만 사업은 14년째 답보 상태에 머무르며 '만시지탄'으로 이어졌다. 제방이 설치되면 금호강 경관을 가려 상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인근 상인들의 반대 의견이 걸림돌이었다.

진통 끝에 길이 1.2㎞의 제방과 길이 850m의 홍수벽을 설치하겠다는 안이 담긴 '기본계획'이 지난 2019년에야 수립됐지만 이후로도 구체적인 설치방식을 놓고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환경청은 지난해 9월, 12월 두 차례 주민공청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토사제방 1.2m, '가동식 옹벽' 3m의 제방 축조안을 내놨다. 조망권이 침해되지 않으면서도 안전을 추구할 수 있는 절충안이었다.

다만 이마저 실현가능성에는 의문이 상존한다. 우선 3m 높이 홍수방어벽을 설치한 국내 시공 사례가 전무해 기술적 검토가 필요하다. 환경청은 공법 심의와 자문 등을 토대로 설계 방안을 만들고 있는 상태로 설치 여부에 대해서는 확정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조망을 고려하는 설계로 건축비가 늘고, 이 때문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할 가능성 역시 완공시점을 늦출 수 있는 불안요소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사업비가 500억원이 넘으면 기획재정부로부터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아야하는데 기획재정부와의 예산 협의 기간이 통상적으로 1~2년이 걸린다"며 "착공 시기도 그만큼 늦어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비용을 조정할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진욱 동구의회 의원(신천,효목동)은 "침수 피해가 주민 안전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최종안 마련까지 합의가 조속히 이뤄져서 방제 사업이 하루빨리 마무리돼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환경청은 올해 하반기 3차 주민공청회를 열어 최종적인 제방 축조 방식을 결정짓고 내년 하반기부터는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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