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비난에 몸싸움까지 與 전대, 이래서야 野 탄핵 공세 막겠나

정통 보수 정당의 전당대회가 이렇게 막장으로 치달아도 되는가.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볼썽사나운 비방전으로 서로를 물어뜯더니, 급기야 일부 지지자들은 몸싸움까지 벌였다. 며칠 전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한동훈·원희룡 후보에게 엄중 경고(주의 및 시정명령)를 했지만, 소 귀에 경 읽기였다. 당내에선 '전당(全黨)대회가 아니라 분당(分黨)대회'란 탄식이 나오고 있다.

15일 국민의힘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한동훈 후보의 연설 중 지자자들이 서로 '배신자'라고 외치고, 욕설을 주고받으며 몸싸움을 했다. 후보들의 지나친 네거티브 공방이 초래한 '혐오(嫌惡)의 정치'가 폭발한 것이다. 그런데도 원·한 후보는 사과나 자제는커녕, 다음 날에도 폭력 사태를 놓고 '네 탓' 공방만 벌였다. 당 선관위는 폭력 사태와 관련해 모든 후보 캠프에 '지지자 각별 주의 관리'를 요청했다.

국민의힘 전대의 네거티브 선거전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갑자기 등장한 '김건희 여사 문자'는 총선 패배 책임론과 색깔론으로 불거졌다. 12일 열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선 '박근혜 탄핵' '배신자' 공방이 펼쳐졌다. 특히 한·원 두 후보의 충돌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원 후보는 '총선 고의 패배' '비례 사천(私薦)' '댓글팀 운영' 의혹 등을 거론하며 한 후보를 직격했다. 이에 한 후보는 "노상 방뇨 하듯 오물 뿌리고 도망가는 마타도어"라고 반박했다.

집권 여당의 전대가 이렇게 난장판인데, 어떻게 국민의 마음을 얻겠는가. 보수의 재건은커녕 자멸(自滅)의 길로 접어들 것이란 걱정이 많다. 당이 분열되면,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다. 지리멸렬(支離滅裂)한 여당은 거대 야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없고,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지원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반(反)민주적' '사당화(私黨化)'란 비판에 아랑곳없이 이재명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쳤다. 민생과 무관한 검사 탄핵은 물론 대통령 탄핵의 공론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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