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나서며 제시한 '먹사니즘'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지난 총선을 통해 당을 '일극 체제화'한 그의 제시어에는 예전과는 다른 힘마저 느껴진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0일 자신의 대표 연임을 향한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에서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먹사니즘'이 우리의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고 했다.
적잖은 분량의 출마 선언문에는 굵직한 국가적 어젠다들이 잔뜩 담겼다. 주목된 부분은 '성장'을 통한 민생 해결 강조였다. 성장은 주로 보수 정당이 강조해 온 의제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당내, 아울러 진보 진영이 발끈할 금융투자세 유예, 종합부동산세 재검토도 시사했다. 민주당은 근로소득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추가적인 시행 유예나 폐지를 반대해 왔다. 이 역시 국민의힘이 추진해 온 감세 법안이다.
이 전 대표의 '우클릭'은 목적지가 확실해 보인다. 연임 대표로서 당내 장악력을 강화한 채 대선으로 직행해 승리하는 것, 그러기 위해 필요한 중도층의 확장이다. 당대표 출마 선언문에는 그런 의지가 곳곳에서 목격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년간, 0.73%포인트 차로 졌던 20대 대선 패배의 교훈을 수없이 곱씹고 되뇌었을 것이다. 종부세 이야기를 꺼낸 건 지난 대선에서 자신의 패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 실패로 집값이 급등했고, 종부세로 1주택 중산층까지 세 부담이 늘어 등을 돌린 한 표 한 표를 상기하며 절치부심(切齒腐心)했을 모습도 그려진다.
이 전 대표는 '지난 패배의 교훈'을 실행하는, 대선행(行) 시작점을 연임 당대표 출마 시점으로 잡았고, '먹사니즘'부터 보수 의제 '성장'까지 "민주당이 책임진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출마 선언장이 '대선 출정식' 같았다는 평가가 적잖게 나왔으니 의도는 적중했다.
정치인이 민생 챙기기를 화두(話頭)에 두는 건 응원받을 사항이다. 다만, 거기엔 신뢰와 정의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행태는 기만(欺瞞)이 된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기본소득을 간판 공약으로 내걸고도 말 바꾸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위성정당 금지, 불체포 특권 역시 번복했다. 그런 사례는 많다.
전당대회 출마로 대표직을 잠시 내려놨지만 그는 뇌물·배임,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혐의 등으로 4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는 사상 초유의 야당 대표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수적 우세를 앞세운 입법 독주, '검사 탄핵' 추진 등은 이 전 대표가 말한 제시어와는 비껴나 있다.
그래서, "지난 2년간 '방탄'과 '특검'에만 매달려 놓고는 마치 민생만 걱정해 온 사람인 척 국민을 속이려 한다"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의 일갈은 일리 있게 들린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의 '우클릭'은 울림이 있다.
정부 여당 대신 '국민 삶'을 챙기겠다는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그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민생은 '기만술'에 기대게 된다. 보수는 영역 의제를 뺏겨 회생 불능에 이르게 된다.
근데, 답을 찾아야 할 수장을 뽑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은 후보자 간 비방과 폭로, 갈라치기도 모자라 지지자 간 폭력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그 결과가 전부지공(田夫之功)이요, 방휼지쟁(蚌鷸之爭), 어부지리(漁夫之利)가 될까 당원들은 혀끝을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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