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화 살충제 사건, 정말 오리고기 때문?…피해자들 점심 후 '커피마셨다' 진술 확보 (종합)

경북경찰청 전담수사팀 편성…식당 외 '제2의 장소들'도 염두
봉화읍내 농약판매점 대상 구매내역 등 확인 조사 중

경북경찰청 과학수사계 관계자가 17일 봉화군 내성4리 경로당을 찾아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초복인 지난 15일 이곳 경로당에 다니는 41명이 함께 오리고기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4명이 중태에 빠졌다. 이들의 위세척액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발견됐으며, 경찰은 누군가 고의로 음식에 농약을 넣은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경북경찰청 과학수사계 관계자가 17일 봉화군 내성4리 경로당을 찾아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초복인 지난 15일 이곳 경로당에 다니는 41명이 함께 오리고기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4명이 중태에 빠졌다. 이들의 위세척액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발견됐으며, 경찰은 누군가 고의로 음식에 농약을 넣은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초복인 지난 15일 경북 봉화군 한 식당에서 오리고기를 나눠 먹고 중태에 빠진 60~70대 여성들에게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사건(매일신문 7월 15·16일 보도)과 관련해, 경찰이 전담수사팀을 편성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피해자들이 먹은 오리고기가 아니라 음료나 반찬 등 다른 음식물에 살충제 성분이 들어 있었거나, 식당이 아니라 제2의 장소에서 범행이 일어났을 가능성 등 다양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은 피해자들이 식사 후 경로당에서 커피를 나눠 마셨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경북경찰청은 박신종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57명의 '봉화 살충제 사건'의 전담수사팀을 편성했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지난 15일 낮 12시쯤 봉화군 한 식당에서 오리고기를 먹은 경로당 회원 41명 중 3명이 심정지와 침흘림, 근육 경직 증세 등을 보여 이날 안동병원으로 이송됐고, 이들의 위세척액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이튿날인 16일에는 이들과 한 좌석에 식사를 한 다른 여성이 오전 10시쯤 같은 증상을 보여 같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 이들은 의식이 없거나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의 증상은 살충제 성분(유기인제)을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같았다. 정밀검사 결과 유기인제 외에도 에토펜프록스, 터부포스 성분 등이 추가로 확인됐다. 모두 살충제에 들어 있는 성분이다.

경찰은 현재 피해자들이 살충제 성분에 노출된 음식물과 장소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식당 외 다른 장소에서, 오리고기 외 다른 음식물을 통해 살충제 성분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특히 피해자 4명이 식사 후 경로당에서 커피를 마셨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인근 주민등을 상대로 진위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전날부터 봉화읍내에 위치한 농약판매점 등을 상대로 피해자들에게서 검출된 성분이 포함된 살충제 구매내역 등을 확인해 조사 중이다.

이와 함께 사건 당일 피해자들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피해자 4명은 식당으로 이동하기 전 각자 집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식사 후에는 복지관, 경로당, 자택에 있다가 각자 이상 증세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피해자 4명 중 2명은 인근 복지관에서 있다가 의식을 잃었다. 나머지 2명은 각각 경로당과 자택에서 증상을 보였다.

이들이 식사를 한 식당에선 피해자들이 머문 좌석을 비추는 CCTV 영상은 있으나, 주방을 비추는 영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이들이 점심식사를 마친 뒤 공통으로 섭취한 다른 음식물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또 경로당 주변 탐문 수사 등을 병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폭 넓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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