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이초 사건' 1년, 교사들은 여전히 고통…"교권보호법 사실상 실효성 없어"

대구시교육청 교권보호위원회 운영 횟수 해마다 증가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보호법 개정됐지만 실효성 낮아
"아동학대처벌법 중 '정서적 아동학대' 기준 명확히 해야"

대구시교원단체총연합회가 17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서편 분수광장에서
대구시교원단체총연합회가 17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서편 분수광장에서 '서이초 교사 순직 1주기 추모제'를 열고 있다. 김영경 기자

"체육 수업 시간에 다른 친구와 다투는 아이를 제지했더니 선생님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학부모 전화가 밤, 새벽 가라지 않고 와서 '투폰'(휴대전화 두 대)을 사용한다. 주변에 이런 교사들이 꽤 많다."

'서이초 사건' 1주기를 하루 앞두고 있지만, 많은 교사들이 여전히 학생 생활지도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이초 사건은 지난해 7월 18일 학부모 민원과 학생 문제행동 지도에 고충을 겪던 2년 차 신규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말한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사들이 교권을 침해받았을 때 열리는 교권보호위원회의 운영 횟수는 ▷2021년 134건 ▷2022년 172건 ▷2023년 252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교권 침해 유형을 살펴보면 모욕·명예훼손이 14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의도적 수업 방해 37건, 상해·폭행 19건 등으로 파악됐다.

대구교사노조도 크고 작은 교권 침해 상담 건수가 매년 평균 30건 정도인데 올해는 7월 기준 60여 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이후 '교권 보호 5법'(교육기본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원지위법·아동학대처벌법)이 개정되며 교원의 지위를 높일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대구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A교사는 "법 개정으로 문제행동 학생에 대한 즉시분리 조치가 도입됐지만 됐지만, 공간·인력 부족 탓에 실제 교육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렵다"며 "해당 조치를 실행할 경우 학부모 민원 전화도 심하게 받는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특히 아동학대처벌법 중 '정서적 아동학대'의 개념이 모호해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B교사는 "교사의 체벌·욕설은 오래 전에 사라져 최근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이나 학부모의 기분에 따라 정서적 아동학대라는 이름으로 신고될 가능성이 있고, 정서적 아동학대의 경우 학대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는 모호한 정서적 아동학대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정당한 교육활동은 아동학대를 적용하지 않도록 아동복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들의 교육 활동 여건이 나아진 듯 보이지만 현장 교사들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느낀다"며 "대구시교육청을 비롯한 교육 당국에 교육권 보호를 위한 행·재정적 지원 방안 마련 등 실질적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순직 교사를 추모하는 온라인 추모관을 지난 9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대구시교원단체총연합회는 17일 오후 5시 대구시교육청 서편 분수광장에서 '서이초 교사 순직 1주기 추모제'를 열고 18일 오후 8시까지 추모 공간을 운영한다.

한편,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오는 18일 서울 서이초 교사의 순직 1주기를 맞아 교육감협의회 총회가 열리는 울산 동구 타니베이 호텔에서 추념식을 열고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공동 선언문을 채택한다고 17일 밝혔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