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에 기업 옮기면 ‘법인세 감면’…수도권 블랙홀화 막는다

'지방 기업 살리기' 특단의 대책 불사…與, 법인세율 지방차등제 검토
기업의 수도권 편중 해결하려면 법인세 차등 가장 효과적
근거 법률 발의한 與 이달희, "비수도권 기업 신규 투자 유인"

지난달 열린 국민의힘·경상북도 간 예산정책협의회 단체 사진. 경북도는
지난달 열린 국민의힘·경상북도 간 예산정책협의회 단체 사진. 경북도는 '법인세율 지방차등제' 도입을 건의했다. 경북도 제공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을 살리기 위해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에서 벗어난 획기적인 대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그 가운데 기업의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수도권 기업에 법인세율을 차등 적용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소위 '법인세율 지방차등제'를 도입하면 비수도권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수도권 기업의 비수도권 이전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유치는 곧 일자리로 이어지고 이는 청년들의 지역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어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이 보다 좋은 대안도 없지 않느냐는 이유에서다.

◆대기업 본사 74.1% 수도권 편중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비례)은 최근 법인세율 지방차등제 시행을 위한 근거를 담아 '법인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매일신문 7월 16일 보도)했다. 이 의원 등에 따르면 현행 '조세특례제한법' 등에서 기업이 비수도권으로 공장이나 본사를 이전하면 법인에 대한 세액감면 특례를 두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 2021년 기준 대기업 사업체 수 현황을 살펴보면 수도권에 74.1%가 집중돼 있는 등 기업의 편중 현상이 전혀 완화되지 않고 있다.

이에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법인세율을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 의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한 기업들의 37.7%는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이 가운데 법인세 감면을 원한 기업이 58.6%에 달했다. 이 의원이 수도권과 그 외 지역에 본사를 둔 법인을 구분해 법인세율을 차등적용하자는 법률안을 발의한 배경이다.

구체적으로 과세 표준을 기준으로 ▷2억원 이하의 경우 현행 9%를→7%로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는 19%→12% ▷200억원 초과 3천억원 이하는 21%→14% ▷3천억원 초과는 24%→17%로 법인세율을 낮추자는 것이다.

◆스위스·이스라엘도 차등제로 효과

법인세를 차등 적용해 낙후 지역의 산업 고용을 늘리고, 소득 향상에 기여하는 사례는 해외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스라엘의 경우 전국을 두 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투자유치에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함과 동시에 법인세율을 차등 부과하고 있다. 그 결과 외국 기업의 투자가 2012년 대비 2018년에 19배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

스위스에서도 경제적 낙후도가 큰 지역에 상대적으로 더 낮은 법인세율을 부과해 낙후지역의 GDP(국내총생산)가 2010년~2017년 최대 26% 증가했고 인구는 13% 늘었다.

다만 제도 도입을 위해 고려할 사항도 존재한다. 앞서 같은 취지로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구미갑)이 21대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했을 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문위원이 검토한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세는 국세인 만큼 국가의 과세권이 미치는 모든 지역에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세평등주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고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 대구 등 일정 규모 이상 지역에 위치한 법인에도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게 타당한지 검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수도권에 법인만 소재시킨 뒤 법인세율 인하 효과만 누리려고 하는 조세 회피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이대로 수도권 블랙홀화를 지켜보기만 해서는 지방 소멸이란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간절한 외침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구미상공회의소는 22대 국회 개원을 앞둔 지난 5월 보도자료를 통해 "법인세율 지방차등제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지방의 위기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경상북도와 국민의힘 의원 간 예산정책협의회에서도 법인세율 지방차등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건의가 잇따랐다.

2020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연구용역 자료에 따르면 법인세율을 차등 적용할 경우 민간부문 신규투자가 9조7천333억원 증가하고, 생산유발효과가 18조8천238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8조4천254억원 창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달희 의원은 "비수도권 기업들의 신규 투자를 유인하고,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 효과를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비수도권에 유치하기 위한 방안으로 법인세 지역 차등 정책은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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