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두세 명만 작업하면 여론(輿論)은 어차피 바뀐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공개한 '쯔양 협박 모의' 녹취에 나오는 한 유튜버의 발언이다. 여론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드러난다. 구독자 1천만 명을 보유한 먹방 유튜버인 '쯔양'이 '사이버 레커' 유튜버들의 협박으로 돈을 뜯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의 사이버 레커인 '카라큘라' '전국진' '구제역'의 유튜브 수익 창출은 중지됐다.
'사이버 레커'란 무엇인가. 레커(wrecker)차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현장에 제일 빨리 나타나 사고 차량을 견인해 가는 차량이다. 사이버 레커는 이를 빗대어 만든 용어다. 즉, 사이버 레커는 논란이 될 이슈가 생겼을 때, 이를 콘텐츠로 만들어 수익을 얻는 유튜버들을 일컫는다. 마치 먹잇감에 달려드는 하이에나처럼. 최근에는 '사적 제재'(私的制裁), '정의 구현'(正義具現)을 내세워 가해자들의 신상을 폭로하는 사이버 레커들이 유튜브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얼마 전 유튜버들이 '밀양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신상 폭로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사적 제재'라고 했지만, 정작 피해자는 20년 전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또 한 번 악몽을 겪었다. 한 유튜버는 가해자 신상을 멋대로 공개했다가 명예훼손(名譽毁損) 혐의로 고소됐다. 해당 유튜버는 피해자 측과 논의해 가해자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지만, 피해자 지원 단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지난 5월 부산법원 종합청사 앞에서 50대 유튜버가 생중계 방송을 하던 다른 유튜버를 살해한 사건도 발생했다. 사소한 비난으로 시작된 이들의 싸움은 법적 다툼과 끔찍한 비극(悲劇)으로 이어졌다.
유튜브에서 가짜 뉴스, 폭로, 사적 제재가 판을 치는 것은 돈벌이 때문이다. 콘텐츠 조회수는 수입과 직결된다. 유튜브 내 동영상 광고 수입은 대략 조회수 1천 회당 1달러 수준이다. 조회수가 100만이면 1천달러(110만원)를 번다.
유튜버들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에 목을 매는 이유다. 조회수만 올릴 수 있다면, 타인의 고통과 불행도 가리지 않는다. 불법과 악행을 저지르는 유튜버들만 탓할 일이 아니다. 이를 방치하는 정부, 다른 사람의 치부를 엿보려는 대중의 관음증(觀淫症)도 공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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