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방계약법 맹점 노린 농공단지 페이퍼 공장, 전수조사 뒤따라야

문경·상주 지역 농공단지(農工團地)에 속칭 '페이퍼 공장'이 일부 입주해 지역 경제 선순환 구조를 해치고 있다고 한다. 건물만 두고 실질적인 운영은 다른 지역에서 한다는 것이다. 농공단지 조성 본래 목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와 거리가 멀다. 농어촌지역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주민 취업 활성화로 자생력을 키우겠다는 취지가 무색하다. 고용 유발은커녕 자금 역외(域外) 유출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공단지는 지역 특화 생산기지로 볼 수 있다. 입주 업체가 관공서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하고, 일감도 더 주는 등 각종 우대(優待)가 뒤따르는 이유다. 하지만 문경·상주 지역 농공단지의 소위 '페이퍼 공장'들은 건물만 있을 뿐 실제 생산은 다른 지역에 있는 공장에서 이뤄졌다. 매일신문의 현장 취재 결과 '페이퍼 공장'들은 장기간 문을 걸어 잠그고 근무자도 없는 유령 창고 수준이었다.

본사와 생산 공장이 아예 다른 지역에 있는 문경의 한 업체는 5년간 23억원 규모의 수의계약 및 조달계약을 문경시와 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농공단지 입주 업체가 받는 혜택만 누린 행태다. 관계 법령의 맹점(盲點)을 노린 것으로 현행 지방계약법은 농공단지 입주 업체가 직접 생산·제조한 물품의 경우 금액에 상관없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수십억원대의 물품 구매도 농공단지 입주 업체였기에 수의계약으로 체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면밀한 현지 조사가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그럼에도 관할 지자체는 농공단지에 주소지를 뒀다는 이유로 지역 업체라 간주한다. 일종의 위장전입인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엄정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지자체는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발급받은 '직접 생산 확인 증명서'를 근거로 수의계약이 체결된 것이라 변명한다. 그러나 증명서 자체에 중대한 결함이 확인된 만큼 별도의 실태조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는 문경·상주 지역에 국한된 문제로 보기 어렵다. 경북도 내 농공단지 전체에 대한 철저한 실태조사가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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