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으로 암세포가 온몸에 다 퍼진 환자를 온종일 수술해도 수가는 쌍꺼풀 수술보다 쌉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필수의료의 현실입니다."
신동규(55) 서울적십자병원 외과 과장은 17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서울 중구 서울시청 미디어아카데미에서 국내 필수의료의 현실을 이같이 밝혔다.
신 과장은 국내에서 대표적인 공공병원으로 꼽히는 서울의료원과 적십자병원에서 약 20년 동안 외과 과장으로 인한 필수 의료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그의 세부 전공은 위암이지만 공공병원의 특성상 간담췌, 유방, 대장 등 수술은 물론 급성기 외상 환자 진료까지 하고 있다. 현재까지 집도한 수술만 약 4천700건에 달한다.
신 과장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이 필수의료를 되살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약 30%의 의료 인력이 미용과 비보험 진료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의료시스템이 유지된다는 것은 우리나라 의사 수가 모자란 게 아니라 필수과만 허덕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이런 인력들이 필수의료로 돌아온다고 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그는 오히려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결국 빅5 병원만 살아남고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는 붕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대 증원 영향으로 지방 필수과 전공의들은 줄어들면서 지역의료가 붕괴되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게 신 과장의 주장이다.
신 과장은 "정부에서 전공의들의 사직을 허락하면 메이저 병원에 있었던 필수과 전공의들은 '가을턴'(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수도권 병원의 비어 있는 인기과를 채울 것이고, 지방 병원 메이저과 전공의들은 '빅5' 병원의 비필수과 전문의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직한 전공의들은 당해 연도에 동일한 과에 재지원할 수 없어서다.
아울러 신 과장은 전공의 사직 사태에서 이어진 대학병원들의 재정 위기가 제약·의료기기업체로 번질 것이라 우려했다.
그는 "규모가 있는 병원들은 그나마 버틸 수 있겠지만 병원들이 제약업체와 의료기기업체 등에 대한 대금 지급을 늦추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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